한시

奉贈韋左丞丈二十二韻(杜甫) 위좌승 영감님께 올리는 시 22운

노년의 인생 2024. 6. 7. 14:09

奉贈韋左丞丈二十二韻(杜甫) 위좌승 영감님께 올리는 시 22운

 

紈袴不餓死(환고불아사) 귀족들은 굶어 죽는 일 없지만,

儒冠多誤身(유관다오신) 선비들은 몸을 그르치는 이 많네.

丈人試靜聽(장인시정청) 좌승께선 잘 들어 보십시오.

賤子請具陳(천자청구진) 천한 제가 모두 말씀드리겠소이다.

甫昔少年日(보석소년일) 제가 옛날 젊었던 날에,

早充觀國賓(조충관국빈) 일찍이 장안으로 과거를 보러 갔었소.

讀書破萬卷(독서파만권) 책은 만권을 넘게 읽었으며,

下筆如有神(하필여유신) 붓을 들면 신이 들린 듯 글을 썼고.

賦料揚雄敵(부료양웅적) 부는 양웅에 필적할 만하고,

詩看子建親(시간자건친) 시는 조식과 비슷했소.

李邕求識面(이옹구식면) 이옹 같은 이도 나를 만나기를 바랐고,

王翰願卜鄰(왕한원복린) 왕한은 나와 이웃해서 살기를 원했소.

自謂頗挺出(자위파정출) 내 자신은 매우 뛰어났다 생각하고,

立登要路津(임등요로진) 당장 중요한 벼슬자리로 뛰어오르려 했소.

致君堯舜上(치군요순상) 임금을 보필하여 요순보다 높이 올리고

再使風俗淳(재사풍속순) 다시 풍속을 순박하게 만들려 했지요.

此意竟蕭條(차의경소조) 이런 뜻이 마침내는 오므라들고 말았지만,

行歌非隱淪(행가비은륜) 길 다니며 노래 불러도 세상을 등진 사람은 아니오.

騎驢三十載(기려삼십재) 나귀타고 30년,

旅食京華春(여식경화춘) 장안의 봄을 나그네 신세로 살아왔소.

朝扣富兒門(조구부아문) 아침에는 부잣집 문을 두드리고,

暮隨肥馬塵(모수비마진) 저녁이면 살진 말 뒤를 따라다녔는데,

殘杯與冷炙(잔배여냉적) 술 찌꺼기와 불고기가,

到處潛悲辛(도처잠비신) 가는 곳마다 설움과 뼈아픔을 맛보게 했소.

主上頃見徵(주상경견징) 금상이 요즘 어진 이를 구하신다기에,

欻然欲求伸(홀연욕구신) 문득 뜻을 펼치고자 하였으나,

靑冥却垂翅(청명각수지) 도리어 푸른 하늘로 날려다가 날갯죽지 꺾이듯,

蹭蹬無縱鱗(층등무종린) 맥 빠진 비늘 없는 고기처럼 되었소.

甚愧丈人厚(심괴장인후) 좌승님의 두터운 뜻이 매우 부끄럽고,

甚知丈人眞(심지장인진) 좌승님의 참됨을 잘 알고 있소이다.

每於百僚上(매어백료상) 좌승님은 언제나 여러 관료들 위에 계시며,

猥踊佳句新(외용가귀신) 외람되이 저의 새로 지은 싯귀 암송하셨죠.

竊效貢公喜(절효공공희) 공우를 본 따서 웃음 지을 수도 없었고,

難甘原憲貧(난감원헌빈) 원헌과 같은 가난은 견디기 어렵소.

焉能心怏怏(언능심앙앙) 어찌 속으로 불평만 하고 있으오리까?

祗是走踆踆(지시주준준) 오직 이곳저곳 돌아다니고만 있소.

今欲東入海(금욕동입해) 이제 동쪽 바다로 들어가려 하다가,

卽將西去秦(즉장서거진) 또 다시 서쪽으로 장안을 떠나려하오.

尙憐終南山(상련종남산) 아직도 종남산을 못 잊어,

廻水淸渭賓(회수청위빈) 머리 돌려 맑은 위수 가를 바라보오.

常擬報一飯(상의보일반) 항상 밥 한 끼에도 보답코자 하는 마음,

況懷辭大臣(황회사대신) 하물며 생각해 주시는데 좌승님을 따나리까?

白鷗沒浩蕩(백구몰호탕) 갈매기처럼 아득한 바다 저쪽으로 날려 하는데

萬里誰能馴(만리수능순) 만 리를 떠나려는 나를 누가 달랠 수 있으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