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田家卽事전가즉사-金時習(김시습)

노년의 인생 2025. 4. 29. 20:58

田家卽事전가즉사-金時習(김시습)

전가에서 본대로

 

一間茅屋倚山岡(일간모옥의산강)

한간짜리 띠 집이 산등성이에 의지해 있고

場畔翁姑語正長(장반옹고어정장)

마당가의 영감과 할멈은 말이 한참 길었네

未解平生榮爵祿(미해평생영작록)

평생 영예로운 벼슬과 녹을 모르고

只誇卒歲富農桑(지과졸세부농상)

단지 한 해 동안 넉넉한 농잠만을 자랑하네

溪橋日晚牛羊下(계교일만우양하)

해 저무니 시내 다리로 소와 양이 내려오고

秋壟風高禾秫香(추롱풍고화출향)

가을 언덕에 바람 높고 벼와 차조 향기롭네

待得兒童沽白酒(대득아동고백주)

아이들 술 사오는 것 기다리더니

旋炊菰飯喚人嘗(선취고반환인상)

다시 고미로 밥을 지어 사람 불러 먹이네

 

門靜鷄群啄晚禾(문정계군탁만화)

고요한 문 앞에서 닭들은 늦벼를 쪼고

初聞南舍釀新醝(초문남사양신차)

남쪽 집에서 새로 청주 걸렀다는 말 비로소 들리네

擊壤歌罷催科少(격양가파최과소)

격양가가 끝났어도 세금 재촉은 적고

賽社人歸醉舞多(새사인귀취무다)

오곡 제사 마치고 돌아가며 취해 춤추는 사람 많네

區芋脆來兒共堀(구우취래아공굴)

두럭의 연한 토란 아이들과 함께 캐고

香橙熟處手親搓(향등숙처수친차)

향기롭게 익은 귤 손으로 친히 따네

老翁喜說秧田熟(노옹희설앙전숙)

늙은 영감은 밭벼 익은 걸 기쁘게 말하고

叱犢驅牛荷短蓑(질독구우하단사)

송아지 꾸짖고 소를 몰며 짧은 도롱이 메었네

 

西崦人家社酒香[서엄인가사주향]

서쪽 산 집에서 제사 술이 향기롭다고

村童來報老先嘗(촌동래보노선상)

동네 아이 와서 어른 먼저 맛보시라 하네

妻挑野菜和根白(처도야채화근백)

아내가 뜯은 들나물은 하얀 뿌리 달고

兒摘山梨帶葉黃(아저산리대엽황)

아이가 딴 산배에는 누런 잎 달려있네

不識干戈事征戰(불식간과사정전)

방패와 창으로 싸우는 일 모르고

唯知耕耨足稻粱(유지경누족도량)

밭갈고 김매어 곡식 풍족함만 알 뿐이네

田家所樂將何事(전가소락장하사)

농가의 즐거움 무엇이겠는가

寒背蓬廬曝大陽(한배봉려폭대양)

추우면 초가집에 등지고 햇볕 쪼이네

[출처]매월당시 서예산책/저자: 김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