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橡媼歎(皮日休) 도토리 줍는 할머니의 탄식

노년의 인생 2024. 8. 22. 12:37

橡媼歎(皮日休) 도토리 줍는 할머니의 탄식

 

秋深橡子熟(추심상자숙) 가을 깊어 도토리가 익어,

散落榛蕪岡(산락진무강) 나무와 풀 우거진 언덕에 여기저기 떨어지니,

傴僂黃髮媼(구루황발온) 허리 굽은 반백 머리 할머니가

拾之踐晨霜(습지천신상) 아침 서리 밟으며 그걸 줍고 있네.

移時始盈掬(이시시영국) 한참을 주워야 겨우 한 줌,

盡日方滿筐(진일방만광) 하루 종일 주워야 겨우 한 광주리 차네,

幾曝復幾蒸(기폭복기증) 잘 말리고 잘 쪄 가지고,

用作三冬糧(용작삼동량) 한 겨울의 양식을 삼네.

山前有熟稻(산전유숙도) 산 아래에는 잘 익은 벼가 있어,

紫穗襲人香(자수습인향) 자줏빛 이삭에선 사람들에게 향기를 뿜고 있네.

細獲又精舂(세확우정용) 이 벼를 잘 거두어서 곱게 찧어 놓으면,

粒粒如玉瑭(립립여옥당) 한 알 한 알이 귀고리 옥만 같네.

持之納於官(지지납어관) 그걸 가져다가 관청에 바쳐버리어,

私室無倉箱(사실무창상) 자기 집 창고나 쌀통에는 남는 것이 없네.

如何一石餘(여하일석여) 어찌된 일인지 한 섬이 넘는 쌀을,

只作五斗量(지작오두량) 다섯 말이라고 헤아려 받네.

狡吏不畏刑(교리불외형) 교활한 관리들은 형벌도 겁내지 않고,

貪官不避贓(탐관불피적) 탐관오리들은 도둑질을 꺼리지 않네.

農時作私債(농시작사채) 농사지을 적에는 사채를 농민들에게 빌려주고,

農畢歸官倉(농필귀관창) 농사를 짓고 나면 모두 관리들 창고로 들어가게 된다네.

自冬及於春(자동급어춘) 겨울에서 봄이 되기까지는,

橡實誑飢腸(상실광기장) 도토리로 굶주린 창자를 추스른다네.

吾聞田成子(오문전성자) 내가 듣건대, 제나라의 전성자는,

詐仁猶自王(작인유자왕) 거짓된 어진 행동으로도 왕이 되었다하거늘!

吁嗟逢橡媼(우차봉상온) 아아! 도토리 줍는 할머니 보니,

不覺淚沾裳(불각루첨상) 나도 모르게 눈물이 바지를 적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