能書不擇筆
능할 능` 글 서` 아니 불` 가릴 택` 붓 필
뛰어난 서예가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
좋은 붓이나 종이를 쓰려는 사람은 아직 서예의 뛰어난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실력 없는 놈이 연장 탓만 한다.
라고 하는 우리 속담과 일맥상통한다.
당나라 초기의 3대 서예가는 구양순과 우세남 저수량 이었다. 이 세 명 모두 왕희지에게 글씨를 배워 일가를 이뤘는데 오늘날까지도 그들의 글씨는 서예의 전범이 되고 있다.
어느날 저수량이 우세남에게 물었다.
"내 글씨는 지영선생과 비교해 어떻습니까"
지영선생은 우세남에게 서예를 가르쳐 준 승려이다. "지영 선생의 글씨는 한 글자에 5만 냥 가치가 있다고 들었네. 자네 글씨는 그렇지 못하잖나?" "그럼 구양순과 비교하면 누가 더낫습니까?" "구양순은 글씨를 쓰는데 종이나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들었네 그러면서도 마음먹은 대로 글씨를 쓴다는 거야 자네는 아직 그렇지 못하잖나?" 하지만 저수량은 살쾡이 털심지 위에 토끼털을 씌운 붓 그리고 상아나 물소의 뿔로 만든 붓대가 아니면 결코 글씨를쓰지 않았다고 한다. 구양순과는 반대로 글씨를 잘 쓰기 위해 붓을 고른 경우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