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南陵敍別(李白) 남릉에서의 이별

노년의 인생 2024. 4. 21. 19:59

南陵敍別(李白) 남릉에서의 이별

 

白酒初熟山中歸(백주초숙산중귀) 막걸리가 처음 일을 때 산속으로 돌아오니,

黃雞啄黍秋正肥(황계탁서추정비) 누런 닭 기장 쪼아 먹어 가을에 마침 살쪘네.

呼童烹雞酌白酒(호동팽계작백주) 아이 불러 닭 잡아 삶게 하고 막걸리 마시니,

兒女嬉笑牽人衣(아녀희소견인의) 아이들 웃으며 내 옷자락 잡아끄네.

高歌取醉欲自慰(고가취취욕자위) 소리 높여 노래하며 술 취해 스스로 위로하려는 것이니,

起舞落日爭光輝(기무락일쟁광휘) 일어나 춤추며 지는 해와 붉은 얼굴빛을 다투네.

游說萬乘苦不早(유세만승고불조) 천자님께 일찍 유세하지 못함 괴로우니,

著鞭跨馬涉遠道(저편과마섭원도) 채찍 치며 말에 올라 먼 길을 떠나려네.

會稽愚婦輕買臣(회계우부경매신) 옛날 회계 땅의 어리석은 여자도 출세 못한 남편을 버렸으니,

余亦辭家西入秦(여역사가서입진) 나도 역시 집을 떠나 서쪽 장안으로 가려네.

仰天大笑出門去(앙천대소출문거) 하늘을 우러러 크게 웃으며 문을 나서니,

我輩豈是蓬蒿人(아배기시봉호인) 내 어찌 초야에 묻혀 살다 죽을 사람이겠는가?

 

※유랑생활로부터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이백이

가족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즐길 겨를도 없이 또 다시

장안으로 떠나가는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닭 잡아 놓고 아이들을 보며 막걸리를 마시는

기쁨은 순간적인 것이다.

남편으로 떳떳하지 못한 자신의 행색이 한편

부끄럽기도 하려니와 어쩌면 자기의 경륜을 한번쯤

펼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다시

그의 발길을 장안으로 돌리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