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茅屋爲秋風所破歌(杜甫) 초가집이 가을 바람에 무너진 것을 노래함

노년의 인생 2024. 6. 24. 12:18

茅屋爲秋風所破歌(杜甫) 초가집이 가을바람에 무너진 것을 노래함

 

八月秋高風怒號(팔월추고풍노호) 8월 한가을에 바람 사납게 불어,

卷我屋上三重茅(권아옥상삼중모) 우리집 지붕의 세 겹 이엉을 말아올렸네.

茅飛渡江洒江郊(모비도강새강교) 이엉은 강 건너로 날아가 강가에 뿌려지니,

高者掛羂長林梢(고자괘견장림초) 위로는 높은 숲 나뭇가지 위에 걸리고,

下者飄轉沈塘坳(하자표전침당요) 낮게는 빙글빙글 돌면서 웅덩이에 가라앉았네.

南村群童欺我老無力(남촌군동기아로무력) 남쪽 마을 아이놈들은 내가 늙어 힘없음을 업신여기고,

忍能對面為盜賊(인능대면위도적) 뻔뻔스럽게도 보는 앞에서 도둑질하여,

公然抱茅入竹去(공연포모입죽거) 공공연히 이엉을 안고 대숲으로 사라지는데

脣燋口燥呼不得(순초구조호부득) 입술이 타고 입이 말라서 소리도 치지 못하네.

歸來倚杖自歎息(귀래의장자탄식) 돌아와 지팡이에 기대어 스스로 탄식하노라니,

俄頃風定雲黑色(아경풍정운묵색) 조금 뒤엔 바람 자고 구름은 까맣게 변해가네.

秋天漠漠向昏黑(추천막막향혼흑) 가을하늘 아득히 해 저물어 어두워 가는데,

布衾多年冷似鐵(포금다년랭사철) 솜이불 여러 해 되어 차갑기 쇠와 같고,

嬌兒惡臥踏裏裂(교아악와답리렬) 버릇없는 아이들 험한 잠버릇으로 발길질에 찢어져 있네.

床床屋漏無乾處(상두옥루무간처) 잠자리마다 지붕 새어 마른 곳이란 없는데,

雨脚如麻未斷絕(우각여마미단절) 빗발은 삼대 같이 끊이지 않네.

自經喪亂少睡眠(자경상란소수면) 난리를 겪은 뒤로는 잠이 적어졌으니,

長夜沾濕何由徹(장야첨습하유철) 젖어 축축한 긴 밤을 어이 지샐고?

安得廣廈千萬間(안득광하천만간) 어이하면 넓은 집 천만 칸 되는 것을 구하여,

大庇天下寒士俱歡顏(대비천하한사구환안) 천하의 가난한 선비들을

모두 가려주어 함께 기쁜 얼굴 지을까?

風雨不動安如山(풍우부동안여산) 비바람에도 움직이지 않고 안정됨이 산과 같으리라.

嗚呼, 何時眼前突兀見此屋(오호하시안전돌올견차옥) 아아!

언제면 눈앞에 우뚝이 그런 집이 나타날까?

吾廬獨破受凍死亦足(오려독파수동사역족) 내 움막만 무너져

얼어 죽게 된다 하더라도 만족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