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귀거래사(和歸去來辭)」
북송(北宋) 소식(蘇軾, 1036~1101)
❖-해제
소식이 「서문」에서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화운하여 글을 지었는데 무하유지향을 집으로 삼았다” 라고 하였듯이「귀거래사(歸去來辭)」의 운자에 맞춰 글을 지었지만 내용은 다른 방향으로 구성하였다.
즉 그가 돌아가고자 한 곳은 도연명이 말한 ‘전원’이 아니고 정신적 안식처인 ‘무하유지향’임을 밝히고 있다.
당시에 그가 처한 극한 환경[정치적 좌절과 오지유배 등] 때문이었겠지만, 도연명이「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보인 담담하고 고상한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화운한 최초의 작품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 역주
서문
子瞻謫居昌化, 내가 창화에 유배되어 머물면서
追和淵明歸去來辭,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화운하여 글을 지었는데
蓋以無何有之鄕爲家. 무하유지향을 집으로 삼았다.
雖在海外, 비록 바다 밖에 있지만
未嘗不歸云爾. 일찍이(무하유지향에) 돌아가지 않은 적이 없었다.
본문
歸去來兮. 돌아가리라.
吾方南遷安得歸? 내가 남쪽으로 좌천되었으니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
臥江海之澒洞, 아득한 강과 바다에 머물며,
弔角鼓之淒悲. 뿔피리와 북소리의 쓸쓸함을 안타까워한다.
跡泥蟠而愈深, 발이 진흙탕에 빠져 더욱 깊어지는데
時電往而莫追. 시간은 번개처럼 지나가니 좇을 수 없네.
懷西南之歸路, 서남쪽에서 돌아갈 길을 생각하니,
夢良是而覺非. 꿈에서는 참으로 옳았는데 깨어보니 잘못되었네.
悟此生之何常, 이 삶이 어찌 영원할 것인가를 깨닫겠으니,
猶寒暑之異衣. 마치 추위와 더위에 옷을 갈아입는 것과 같네.
豈襲裘而念葛, 어찌 갖옷을 입고서 갈옷을 생각하겠는가,
蓋得觕而喪微. 큰 것을 얻었으면 작은 것을 버릴 일이다.
我歸甚易, 나의 돌아감은 매우 쉬우니,
匪馳匪奔. 말을 몰거나 내달리는 것이 아니다.
俯仰還家, 잠깐 사이에 집에 돌아와
下車闔門. 수레에서 내려 문을 닫는다.
藩垣雖缺, 담장은 비록 허물어졌으나,
堂室故存. 집과 방은 그대로 남아 있다.
挹我天醴, 나의 좋은 술을 떠서,
注之窪尊. 깊은 잔에 따른다.
飮月露以洗心, 달빛 아래 내린 이슬을 마시며 마음을 씻어내고
餐朝霞而眩顔. 아침노을을 먹으니 얼굴에 빛이 난다.
混客主而爲一, 객과 주인이 뒤섞여 하나가 되니,
俾婦姑之相安. 며느리와 시어머니를 서로 편안하게 하였도다.
知盜竊之何有, 도둑이 어디에 있는지 알리오,
乃掊門而折關. 문을 열어 놓고 빗장을 부러뜨렸네.
廓圜鏡以外照, 둥근 거울을 펼쳐 밖을 비추니,
納萬象而中觀. 삼라만상이 들어와 이치를 직관하노라.
治廢井以晨汲, 버려진 우물을 손질하고 새벽에 물을 길으니,
滃百泉之夜還. 여러 샘물이 솟아 밤사이에 다시 찼네.
守靜極以自作, 고요함과 지극함을 지킴에(만물이) 스스로 성장하니,
時爵躍而鯢桓. 때로는 참새처럼 뛰기도 하고 고래처럼 배회하기도 한다.
歸去來兮. 돌아가리라.
請終老於斯遊. 청컨대 이 유람으로 일생을 마치리라.
我先人之弊廬, 우리 선도들의 낡은 집이지
復舍此而焉求. 다시 이것을 버리고 무엇을 구하겠는가.
均海南與漢北, 바다의 남쪽과 한수의 북쪽이 하나이니,
挈往來而無憂. 손을 이끌고 오고 감에 근심이 없다.
畸人告予以一言, 기인이 나에게 말 한마디를 알리니,
非八卦與九疇. 팔괘도 구주도 아니었다.
方飢須糧, 배고프면 양식을 찾고
已濟無舟. 강을 건넜으면 배가 필요 없네.
忽人牛之皆喪, 홀연 사람과 소를 모두 잃으니
但喬木與高丘. 다만 교목과 높은 언덕뿐이로다.
驚六用之無成, 육근(六根)의 작용이 이룸이 없음을 깨우쳤으면
自一根之返流. 스스로 하나의 근원으로 돌아갈 것이다.
望故家而求息, 고향집을 바라보며 휴식을 구하니
曷中道之三休. 어찌 중도에서 세 번이나 쉬겠는가.
已矣乎. 그만두자
五生有命歸有時. 나의 삶은 명이 있으니 돌아갈 때가 있으리라.
我初無行亦無留, 나는 애당초 행함도 머묾도 없었으니
駕言隨子聽所之. 수레를 메고 그대를 좇아서 가는 대로 없었으니
豈以師南華. 어찌 장자를 스승 삼으면서
而廢從安期. 안기를 따르는 것을 그만두랴.
謂湯稼之終枯, 탕임금 때의 농사에(벼가) 결국 시들었다고 하여
遂不漑而不耔. 마침내 물을 대주지 않고 김을 매주지 않았네.
師淵明之雅放, 도연명의 고상함과 활달함을 스승 삼고
和百篇之新詩. 백편의 새로운 시에 화작 하였다.
賦歸來之淸引, 「화귀거래사(和歸去來辭)」의 맑은 노래를 지으니,
我其後身蓋無疑. 내가 그의 후신임은 아마도 의심할 것이 없으리라.
출처: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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