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돌아가리라’의 사와 서문「귀거래혜사 병서(歸去來兮辭 幷序)」

노년의 인생 2024. 8. 29. 13:26

‘돌아가리라’의 사와 서문

「귀거래혜사 병서(歸去來兮辭 幷序)」

 

❖-해제

도연명이 41세에 관직을 떠나 전원으로 돌아온 뒤, 돌아오게 된 배경과 당시의 심경, 앞으로의 각오 등을 서술한 글이다.

혼란한 시대에 자신의 인격을 고상하게 했던 도연명의 의지, 즉 ‘안빈낙도’ ‘곤궁에 굳셈’ 등의 유가적 자세와 ‘순응자연’ ‘달관’ 등의 도가적 경지에 대한 추구가 잘 드러나 있다.

북송 구양수(歐陽修)는 이 글에 대하여, “서진과 동진에는 문장이 없는데, 다행히 이 한 편이 있을 뿐이다.(兩晉無文章, 幸獨有此篇耳.)”라고 극찬 하였다.

 

❖- 역주

서문

余家貧, 나는 집이 가난하여,

耕植不足自給. 농사를 지어도 자급하기에 부족하였다.

幼稚盈室, 어린것들은 방에 가득한데

缾無儲粟, 쌀독에는 모아 둔 쌀도 없고

生生所資,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에 대해

未見其術. 그 구할 방법을 알지 못하였다.

親故多勸余爲長吏, 친척과 친구들이 자주 내게 지방의 관리를 하도록 권하니,

脫然有懷, 구애됨 없이 그럴 생각이 들어

求之靡途. 그것을 구했지만 길이 없었다.

會有四方之事, 마침 사방의 일이 있어

諸侯以惠愛爲德, 제후께서 인자한 사랑으로 덕을 베풀었고

家叔以余貧苦, 숙부께서도 내가 곤궁하다고 해서

遂見用於小邑. 마침내 작은 고을에 기용되었다.

于時風波未靜, 이때에 소란이 아직 안정되지 않아

心憚遠役, 마음속으로 멀리 나가 일하는 것을 꺼렸으나

彭澤去家百里, 팽택이 집에서 백리 정도 떨어져 있고

公田之利, 관청의 전답에서 나는 수입으로

足以爲酒, 술을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故便求之. 즉시 그것을 구하였다.

及少日. 며칠 지나자

眷然有歸與之情. 그리운 마음에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何則, 왜 그런가 하면,

質性自然, 타고난 바탕이 자연스러워

非矯勵所得. 고치거나 힘써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飢凍雖切, 배고픔과 추위가 비록 절박하더라도

違己交病. 나와 어긋나는 것은 모두 괴롭다.

嘗從人事, 일찍이 남의 일을 좇은 것은

皆口腹自役. 모두가 입과 배에 스스로가 부림을 당한 것이다.

於是悵然慷慨, 이에 서글프게 탄식하니

深媿平生之志. 평소의 뜻에 심히 부끄러웠다.

猶望一稔, 그래도 벼가 한 번 익기를 기다렸다가

當斂裳宵逝, 장차 옷차림을 정돈하고 밤에라도 떠나려고 했는데

尋程氏妹喪於武昌, 곧 정씨에게 시집간 누이동생이 무창에서 죽어

情在駿奔, 마음이 급하게 달려가는 데 있었기 때문에

自免去職. 자원 면직 하였다.

仲秋至冬, 팔월부터 겨울까지

在官八十餘日. 관직에 있은 것이 팔십여 일이었다.

因事順心, 일을 빌미로 마음을 따른 것이므로,

命篇曰歸去來. 글에 제목을 정하기를,「귀거래」 라고 하였다.

序乙巳歲十一月也. 을사년 11월에 서문을 쓴다.

본문

歸去來兮. 돌아가리라.

田園將燕胡不歸. 전원이 장차 거칠어져 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旣自以心爲形役, 이미 스스로 마음을 육체에 부림 받게 하였으나,

奚惆悵而獨悲. 어찌 상심하며 그저 슬퍼만 하겠는가.

悟已往之不諫, 이미 지나간 일은 따질 것 없음을 깨달았고

知來者之可追, 앞으로 올 일은 제대로 따를 만함을 알겠다.

實迷途其未遠, 진실로 길을 잃은 것이 그렇게 멀지는 않으니,

覺今是而昨非. 지금이 옳고 지난날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舟遙遙以輕颺, 배는 흔들흔들 가벼이 떠가고

風飄飄而吹衣. 바람은 살랑살랑 옷자락에 분다.

問征夫以前路, 길가는 나그네에게 앞길을 물으면서

恨晨光之熹微. 새벽빛이 희미한 것을 한스러워한다.

乃瞻衡宇, 마침내 가로 막대 문을 단 집을 바라보고

載欣載奔, 기뻐하며 달려가니,

僮僕歡迎, 종 아이는 반갑게 맞이하고

稚子候門. 어린 자식들은 문에서 기다린다.

三逕就荒, 세 갈래 길은 거칠어져 갔지만

松菊猶存. 소나무와 국화는 그래도 남아있다.

攜幼入室, 어린것들 손잡고 방에 들어가니,

有酒盈罇. 술이 항아리에 가득하다.

引壺觴以自酌, 술병과 잔을 당겨 혼자서 따라 마시고

眄庭柯以怡顔. 정원의 나뭇가지를 돌아보며 얼굴을 편다.

倚南窗以寄傲, 남쪽 창가에 기대어 의기양양해 하니,

審容膝之易安. 무릎을 넣을 만한 좁은 곳이 편안하기에 쉬움을 알겠다.

園日涉以成趣, 정원은 날마다 거닐어 취미가 되었고,

門雖設而常關. 대문은 비록 세워져 있으나 항상 닫혀 있다.

策扶老以流憩, 지팡이를 짚고 돌아다니다 쉬면서

時矯首而遐觀. 때때로 머리를 들어 멀리 바라본다.

雲無心以出岫, 구름은 무심히 산의 바위틈에서 나오고

鳥倦飛而知還. 새는 날기에 지쳐 돌아갈 줄을 아는구나.

景翳翳以將入, 햇빛이 어둑어둑 장차 지려 하는데,

撫孤松而盤桓. 홀로 선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인다.

歸去來兮. 돌아가리라.

請息交以絶遊. 교제를 그만두고 어울림을 끊어야겠다.

世與我而相違, 세상이 나와는 서로 어긋나니

復駕言兮言求. 다시 수레를 타고 나가 무엇을 구하겠는가.

悅親戚之情話, 친척들과의 정다운 대화를 기뻐하고

樂琴書以消憂. 거문고와 책을 즐기면서 시름을 잊으리라.

農人告余以春及, 농부가 나에게 봄이 왔다고 알리면,

將有事於西疇. 장차 서쪽 밭에서 농사일을 해야겠다.

或命巾車, 혹은 천을 두른 수레를 준비하게 하고

或棹孤舟, 혹은 한 척의 배를 저어,

旣窈窕以尋壑, 이미 깊숙하게 물골을 찾아들기도 하고

亦崎嶇而經邱. 또한 울퉁불퉁한 길로 언덕을 지난다.

木欣欣以向榮, 나무들은 생기를 머금은 채 무성해져 가고

泉涓涓而始流. 샘물은 졸졸거리며 흐르기 시작한다.

善萬物之得時, 만물이 제때를 얻은 것이 부럽고

感吾生之行休. 나의 삶이 장차 끝나 감을 느낀다.

已矣乎. 그만두자.

寓形宇內復幾時, 세상에 몸을 의탁한 것이 또한 얼마나 된다고

曷不委心任去留, 어찌 마음에 맡겨 자연의 섭리에 따르지 않겠으며,

胡爲乎遑遑欲何之. 무엇 때문에 허둥대며 어디를 가려 하겠는가.

當貴非吾顧, 부귀는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고

帝鄕不可期. 신선 세계는 기약할 수 없다.

懷良辰以孤往, 좋은 시절을 마음에 두고 있다가 홀로 나서고

或植杖而耘耔, 혹은 지팡이를 세워놓은 채 김매고 북돋워 줄 것이며,

登東皐以舒嘯,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을 불고

臨淸流而賦詩. 맑은 물가에 이르러 시를 지으리라.

聊乘化以歸盡, 그저 변화를 따라 죽음으로 돌아가리니,

樂夫天命復奚疑. 저 천명을 즐김에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오.

출처: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