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 道 是 非
(하늘 천, 길 도, 옳을 시, 그를 비)
천도는 맞는 것인가 틀린 것인가 라는 뜻.
인간의 얄궂은 운명에 대해 한탄하는 말.
한(漢)나라 무제(武帝)때의 태사령(太史令)이며 대문장가인 사마
천(司馬遷)은 기원전 99년에 지금의 감숙성에서 6배나 되는 강적
의 흉노군과 용전분투했으나 역부족으로 포로가 된 명장 이릉을
극구 변호했기 때문에 무제이 노여움을 산 나머니 궁형(宮刑:
거세하여 내시로 만드는 형벌)을 받았다.
당시 이릉장군은 약 5천의 보명부대를 이끌고 3만의 흉노군과 10
여일이나 싸우면서 서서히 만리장성 쪽으로 후퇴하던 중 갑자기
8만의 새로운 흉노군이 나타나자 화살도 떨어지고 칼로 부러져
하는 수 없이 항복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무제는 노하여 이릉의 노모와 아내를 잡아다 주살했는
데, 이때 사마천이 무제의 이런 보복행위에 반대하면서 이장군의
충성심과 용맹성을 찬양했던 것이다.
사마천은 옥에 갇혀 있으면서 정당한 것을 정당하다고 주장하여
형벌을 받게 되자, 그 누구에게도 도움 받음이 없이 자기 자신
의 손으로 인간의 정당한 역사를 써서 후세에 남기고자 결심하였
다.
이리하여 모든 치욕을 참고 견뎌내면서 끝까지 살아남아 열심히
쓴 것이 <사기(史記)>이다. 무려 130권이나 되는 이 방대한 역
사책은 기원전 97년에 탈고되었는 바, 기전체(紀傳體)로서 오늘
날 정사(精史)의 효시로 평가되고 있다.
열전(列傳)의 첫머리에 있는 <백이전(伯夷傳)>은 바로 사마천 자
신의 이념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거기에는 인을 쌓고 행동
이 결백한 백이, 숙제 두 사람이 굶어죽은 반면, 도척과 같은 천
하의 대도적은 천수를 누렸는가 하면, 공자의 첫째가는 제자 안
연이 극빈 속에 요절한 일 따위는 이 세상에 얼마든지 많다. 이
제 이런 것을 통관(通觀)해 보니 커다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천도(天道)는 정당한 것인가, 정당하지 않은 것인
가(天道是耶非耶) 하고 통절한 말을 썼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