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 今 買 笑
(일천 천, 이제 금, 살 매, 웃음 소)
천금을 주고 미소를 사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미소를 짓게 함
포사는 웃음이 없는 여자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이제까지 웃어본
일이 없다.
유왕(幽王)의 총애를 받고 그녀는 아이를 낳았다. 그 아기가 백
복(伯服)이었다. 유왕은 포사를 기쁘게 해 주고 싶은 일념에서
백복을 태자로 삼았다. 그래도 포사는 기뻐하지 않았다. 아니
기뻐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하여간 웃지를 않았다.
유왕에게 있어서 최대의 삶의 보람은 포사를 웃게 하는 것이었
다. 그런데 어느 날 무슨 실수로 봉화대에 봉화가 올랐다. 당시
에는 외적이나 반란군의 침공이 있을 때 봉화를 차례차례 연이어
올려서 원근의 제후에게 알리도록 되어 있었다.
봉화를 보고 제후들은, "이거 큰일이다!" 하고 군사를 이끌고 수
도로 급히 달려왔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었다. 훈련 중의 실수
였다고 한다
.
"뭐 실수라고?"
"이거야 원..."
제후들은 맥이 빠져 있었고 무장 병사들은 투구를 벗어 땅에 집
어 던지며 분개하기도 했다. 또 기운 없이 땅바닥에 주저앉는 자도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포사는 살짝 웃었던 것이다.
꿈에 본 포사의 웃는 얼굴이다. 아니 그 모습은 꿈에서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 다음부터 유왕은 끊임없이 봉화를 올리게 했다. 처음에는 제
후들도 달려왔지만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
했다. 앞으론 봉화가 올라도 제후들은 가만히 있기로 했다. 누구
나 쓸데없는 고생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때 신후의 딸은 정후의 자리에서 쫓겨나고 포사가 그녀의 자리
에 올랐다. 이 원한은 깊었다. 신후의 일족은 은밀하게 군사를
모았다. 서쪽의 오랑캐나 견융과 같은 새외(塞外)의 유목 민족
들이 모여들었다.
신후의 기병은 유와 즉위 11년만의 일이다. 유왕은 봉화를 올려
제후들에게 위급함을 알렸지만 제후들 쪽에서는, "또 그 여자를
웃기고 싶은 모양이로구나." 하고 상대를 하지 않았다.
한 사람의 원병도 오지 않았다. 유왕은 여산 아래에서 견융족의
병사에게 죽고 말았다. 포사는 포로가 되었지만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사기>도 거기까지는 쓰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