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符讀書城南(韓愈) 아들 부가 장안성 남쪽에서 독서함

노년의 인생 2024. 7. 18. 10:10

符讀書城南(韓愈) 아들 부가 장안성 남쪽에서 독서함

 

木之就規矩(목지취규구) 나무가 둥글고 모나게 깍임은,

在梓匠輪輿(재재장윤여) 가구나 집 수레바퀴 수레 만드는 목수에게 달렸고,

人之能爲人(인지능위인)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것은,

由腹有詩書(유복유시서) 배 속에서 배운 글이 들은 데에 달렸네.

詩書勤乃有(시서근내유) 시와 글은 부지런하면 터득할 수 있지만,

不勤腹空虛(불근복공허) 부지런하지 않으면 속이 텅 비게 되네.

欲知學之力(욕지학지력) 배움의 힘을 알고자 한다면,

賢愚同一初(현우동일초) 어진 이와 어리석은 자 처음 낳을 땐 같았음을 알면 되지.

由其不能學(유기불능학) 그가 배우지 못했으므로 말미암아,

所入遂異閭(소입수이려) 나아가는 방향도 달라진 것이네.

兩家各生子(양가각생자) 양가에서 각기 아들이 태어나도,

提孩巧相如(제해교상여) 어릴 때는 재주가 비슷하고,

少長取嬉戱(소장취희희) 조금 성장하여 함께 놀 무렵이면,

不殊同隊魚(불수동대어) 떼 지어 헤엄치는 물고기와 다름없지.

年至十二三(연지십이삼) 나이가 열두세 살이 되면

頭角秒相疎(두각초상소) 두각을 약간 달라지고,

二十漸乖張(이십점괴장) 스무 살이 되면 점점 더 벌어져,

淸溝映汚渠(청구영오거) 맑은 냇물과 더러운 도랑에 비치는 듯이 되며,

三十骨觡成(삼십골격성) 서른 살이 되면 골격이 형성되어,

乃一龍一豬(내일룡일저) 하나는 용, 하나는 돼지처럼 된다네.

飛黃騰踏去(비황등답거) 용마는 쏜살처럼 달리어,

不能顧蟾蜍(불능고섬서) 두꺼비 같은 것은 돌아볼 수도 없네.

一爲馬前卒(일위마전졸) 한쪽은 말 앞의 졸병이 되어,

鞭背生蟲蛆(편배생충저) 채찍 맞은 등에는 구더기가 생기고,

一爲公與相(일위공여상) 한쪽은 삼공이나 재상이 되어,

潭潭府中居(담담부중거) 고래등 같은 집안에 사네.

問之何因爾(문지하인이) 묻노니 어째서 이렇게 되었나?

學與不學歟(학여불학여) 배운 것과 배우지 않은 것 때문일 걸세.

金壁雖重寶(금벽수중보) 금이나 구슬이 귀한 보배라지만,

費用難貯儲(비용난저저) 쓰기 위해 간직하기도 어렵네.

學問藏之身(학문장지신) 학문은 몸에 간직하여,

身在則有餘(신재즉유여) 몸만 있으면 사용해도 남음이 있게 되네.

君子與小人(군자여소인) 군자와 소인은,

不繫父母且(불계부모차) 부모에게 관련된 것은 아니네.

不見公與相(불견공여상) 보지 못하는가, 삼공과 재상이

起身自犁鋤(기신자리서) 농민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不見三公後(불견삼공후) 보지 못하는가, 그 삼공의 후손들이

寒饑出無驢(한기출무려) 헐벗고 굶주리고 나귀 없이 다니는 것을,

文章豈不貴(문장기불귀) 문장이 어찌 귀하지 않으리?

經訓乃菑畬(경훈내치여) 경서의 가르침은 농사짓는 밭과 같은 것이네.

潢潦無根源(황료무근원) 고인 빗물은 근원이 없으니,

朝滿夕已除(조만석이제) 아침엔 찼다가도 저녁에는 없어지네.

人不通古今(인불통고금) 사람으로서 고금에 통하지 않으면,

牛馬而襟裾(우마이금거) 소나 말이 옷을 입는 것이라.

行身陷不義(행신함불의) 자신의 행실이 불의에 빠지고도,

況望多名譽(황망다명예) 하물며 많은 명예를 바라는가?

時秋積雨霽(시추적우제) 철은 가을이라 장마도 그치고,

新凉入郊墟(신량입교허) 산뜻한 기운이 들판 마을에 서렸으니,

燈火秒可親(등화초가친) 등불을 점차 가까이하여,

簡編可卷舒(간편가권서) 책을 펼칠 만하게 되었네.

豈不旦夕念(기불단석염) 어찌 아침저녁으로 유념하지 않으리?

爲爾惜居諸(위이석거제) 그대 위해 세월을 아껴야지.

恩義有相奪(은의유상탈) 사랑과 의리는 서로 어긋남이 있는 것이니,

作詩勸躊躇(작시권주저) 시를 지어 우물쭈물하는 이들을 권면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