醉贈張秘書(韓愈) 취하여 장비서에게 지어 보냄
人皆勸我酒(인개권아주) 사람들이 모두 내게 술을 권했지만,
我若耳不聞(아약이불문) 나는 듣지 못한 척 해왔는데,
今日到君家(금일도군가) 오늘은 그대 집에 와서,
呼酒持勸君(호주지권군) 술을 청하여 그대에게 술을 권하네.
爲此座上客(위차좌상객) 이 자리의 손님들과
及余各能文(급여각능문) 내가 모두 글을 지을 줄 알기 때문일세.
君詩多態度(군시다태도) 그대의 시는 정감이 풍부하여,
藹藹春空雲(애애춘공운) 자욱한 봄 하늘의 구름 같고,
東野動驚俗(동야동경속) 맹교는 세상을 놀라게 하기 일쑤이니,
天葩吐奇芬(천파토기분) 하늘의 꽃이 기이한 향기를 뿜는 듯하고,
張籍學古淡(장적학고담) 장적은 옛날의 담담한 풍조을 배워,
軒鶴避鷄羣(헌학피계군) 높이 나는 학이 닭의 무리를 피하듯 하네.
阿買不識字(아매불식자) 내 조카는 글도 제대로 모르지만,
頗知書八分(파지서팔분) 글씨는 곧잘 쓸 줄 알아,
詩成使之寫(시성사지사) 시가 되면 그에게 베끼도록 하니,
亦足張吾軍(역족장오군) 역시 우리 글쓰는 사람들과 어울리기에 족하다 하겠네.
所以欲得酒(소이욕득주) 술을 얻으려 한 까닭은,
爲文俟其醺(위문사기훈) 얼큰하길 기다려 글을 지으려는 걸세.
酒味旣冷洌(주미기랭열) 술맛은 차고도 시원하고,
酒氣又氤氳(주기우인온) 술기운은 향긋이 취해 오르네.
性情漸浩浩(성정점호호) 본성과 감정이 점점 넓고 커지니,
諧笑方云云(해소방운운) 얘기하고 웃는 소리 왁자지껄하네.
此誠得酒意(차성득주의) 이것이야말로 술마시는 뜻을 제대로 얻은 것이니,
餘外徒繽粉(여외도빈분) 이 밖의 다른 것은 어지러울 뿐일세.
長安衆富兒(장안중부아) 장안의 부호 자제들은,
盤饌羅羶葷(반찬라전훈) 소반의 반찬에 고기와 나물을 차려놓고,
不解文字飲(불해문자음) 글 지으며 술마실 줄은 모르고,
惟能醉紅裙(유능취홍군) 오직 붉은 치마 두른 여자들에 취하네.
雖得一餉樂(수득일향락) 비록 한창의 즐김은 얻겠지만,
有如聚飛蚊(유여취비문) 모여서 나는 모기떼나 같은 걸세.
今我及數子(금아급수자) 지금 나와 여러분은,
故無蕕與薰(고무유여훈) 본시 썩은 풀과 향초가 모인 것이 아니어서,
險語破鬼膽(험어파귀담) 뛰어난 말은 귀신의 쓸개를 찢게 하고,
高詞媲皇墳(고사비황분) 고상한 글귀는 태곳적 글에 견줄 만하네.
至寶不雕琢(지보부조탁) 지극한 보배는 깎고 다듬을 필요가 없고,
神功謝鋤耘(신공사서운) 신묘한 잎은 풀 뽑고 김매지 않고 이뤄진다네.
方今向泰平(방금향태평) 지금은 태평시대로 가고 있어,
元凱承華勛(원개승화훈) 어진 이들이 요순 같은 어진 임금을 받들고 있네.
吾徒幸無事(오도행무사) 우리들은 다행히 아무 일도 없으니,
庶以窮朝曛(서이궁조훈) 아침저녁으로 이런 즐거움을 추구하는 걸세.
'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短燈檠歌(韓愈) 짧은 등잔대 (2) | 2024.07.24 |
---|---|
齪齪(韓愈) 악착 같음 (9) | 2024.07.23 |
幽懷(韓愈) 그윽한 정회 (0) | 2024.07.19 |
靑靑水中蒲(韓愈) 푸릇푸릇한 물속의 창포 (0) | 2024.07.19 |
嗟哉董生行(韓愈) 동생을 한탄하는 노래 (0) | 2024.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