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燈檠歌(韓愈) 짧은 등잔대
長檠八尺空自長(장경팔척공자장) 여덟 자 긴 등잔대는 공연히 길기만 하고,
短檠二尺便且光(단경이척편차광) 두 자 길이 짧은 등잔대가 편하고도 밝네.
黃簾綠幕朱戶閉(황렴록막주호폐) 노란 발 푸른 장막 쳐진 붉은 문은 닫혀 있는데,
風露氣入秋堂涼(풍로기입추당량) 이슬 머금은 바람기운이 불어 들어와 가을 집안 썰렁하네.
裁衣寄遠淚眼暗(재의기원루안암) 옷을 지어 멀리 떠난 이에게 부치려니 눈물이 눈을 흐리게 하고,
搔頭頻挑移近床(소두빈도이근상) 머리 긁으며 자주 심지 돋우면서 침상 가까이 옮겨 오네.
太學儒生東魯客(태학유생동로객) 태학의 유생은 동쪽 노나라에서 온 나그네인데,
二十辭家來射策(이십사가래사책) 스무 살에 집 떠나 과거보러 왔다네.
夜書細字綴語言(야서세자철어언) 밤이면 가는 글자 쓰면서 글을 짓느라,
兩目眵昏頭雪白(양목치혼두설백) 두 눈은 눈꼽 끼어 어두워지고 머리는 눈처럼 희어졌네.
此時提挈當案前(차시제설당안전) 이 시각에도 책 들고 책상 앞에 앉았으니,
看書到曉那能眠(간서도효나능면) 새벽까지 책 보자면 어이 잠잘 수나 있겠는가?
一朝富貴還自恣(일조당귀환자자) 하루아침에 부귀 누리게 되면 또한 자기 멋대로 살게 되어,
長檠高張照珠翠(장경고장조주취) 긴 등잔대를 높이 올려 진주와 비취 장식한 여자를 비추게 하네.
吁嗟世事無不然(우차세사무불연) 아아! 세상일 그렇지 않은 게 없으니,
墻角君看短檠棄(장각군간단경기) 그대는 저 담 모퉁이에 버려진 짧은 등잔대를 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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