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寄盧仝(韓愈) 노동에게 붙임

노년의 인생 2024. 8. 1. 14:46

寄盧仝(韓愈) 노동에게 붙임

 

玉川先生洛城裏(옥천선생낙성리) 옥천선생 낙양성 안에

破屋數間而已矣(파옥수간이이의) 낡은 집 몇 칸 뿐이네.

一奴長鬚不裹頭(일노장수불과두) 하나 있는 하인은 긴 수염에 머리도 동이지 않았고,

一婢赤腳老無齒(일비적각로무치) 하나 있는 하녀는 맨발에 늙어서 이도 다 빠졌네.

辛勤奉養十餘人(신근봉양십여인) 간신히 수고하여 10여인을 봉양하는데,

上有慈親下妻子(상유자친하처자) 위로는 자애로운 어버이에 아래론 처자가 있네.

先生結髮憎俗徒(선생결발증속도) 선생은 머리를 매어 어른이 되자 속된 무리들을 미워하여,

閉門不出動一紀(폐문불출동일기) 문 닫고 세상에 나가지 않은 지 어느덧 12년이 된다네.

至令鄰僧乞米送(지금린승걸미송) 지금껏 가엾게 여긴 스님이 쌀을 빌어다 보내주었으니,

僕忝縣尹能不恥(복첨현윤능불치) 나는 욕되이 현윤 자리에 앉아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俸錢供給公私餘(봉전공급공사여) 월급으로 주는 돈을 공사에 쓰고 남기어,

時致薄少助祭祀(시치박소조제사) 때때로 조금이라도 보내어 제사를 돕게 하였네.

勸參留守謁大尹(권참유수알대윤) 어떤 이가 선생께 유수를 찾아뵙고 태윤을 만나 보라 권하니,

言語纔及輒掩耳(언어재급첩엄이) 말을 듣자마자 바로 귀를 가리더라네.

水北山人得名聲(수북산인득명성) 낙수 북쪽의 산속에 숨어사는 석홍은 명성이 자자했는데,

去年去作幕下士(거년거작막하사) 지난해엔 장군 막하의 벼슬아치가 되었고,

水南山人又繼往(수남산인우계왕) 낙수 남쪽의 산속에 숨어사는 온조도 그를 따라가니,

鞍馬僕從塞閭里(안마복종색여리) 타고 가는 말과 하인들로 마을이 막힐 지경이었다네.

少室山人索價高(소실산인색가고) 소실산에 숨어 살던 이발은 요구하는 값이 많아서,

兩以諫官徵不起(양이간관징불기) 두 번이나 간관으로 불렀으나 움직이지 않았다네.

彼皆刺口論世事(피개자구론세사) 그들은 모두 풍자하는 말투로 세상일을 논하지만,

有力未免遭驅使(유력미면조구사) 능력 있어 부림당함을 면하지 못하였네.

先生事業不可量(선생사업불가량) 선생께서 하시는 일은 헤아릴 수 없이 고상하니,

惟用法律自繩己(유용법률자승기) 오직 성인의 법도를 따라 스스로 자기를 바로잡네.

春秋三傳束高閣(삼전속고각) 춘추 삼가의 전은 다 꿰뚫어 다시 볼 필요 없어 높은 누각 위에 묶어두고,

獨抱遺經究終始(독포유경구종시) 홀로 성인께서 남긴 경서를 안고 처음부터 끝까지 연구하네.

往年弄筆嘲同異(왕년농필조동이) 옛날엔 글을 지어 친구 마이에게 자기 이름 동과 뜻이 반대임을 희롱하고,

怪辭驚衆謗不已(괴사경중방불이) 월식 시에선 괴상한 말로 사름들을 놀라게 했으나 욕하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네.

近來自說尋坦途(근래자설심탄도) 근래엔 스스로 평탄한 길을 찾는다고 말하는데,

猶上虛空跨騄駬(유상허공과록이) 마치 하늘을 용마 타고 나는 듯 거침이 없네.

去歲生兒名添丁(거세생아명첨정) 지난해엔 아들을 낳아 첨정이라 이름지었는데,

意令與國充耘耔(의령여국충운자) 그로 하여금 나라 위해 농사짓는 장정에 충당케 하려는 뜻이었네.

國家丁口連四海(국가정구련사해) 나라의 장정 수는 온 세상 너비로 연이을 만치 많으니,

豈無農夫親耒耜(기무농부친뢰사) 어찌 친히 쟁기를 잡을 농부가 없을손가?

先生抱才終大用(선생포재종대용) 선생은 재능을 지녔으니 마침내는 크게 쓰일 것이니,

宰相未許終不仕(재상미허종불사) 재상 자리가 주어지지 않으면 끝내 벼슬하지 않으리라.

假如不在陳力列(가여부재진역렬) 비록 힘을 다해 나랏일 하는 자리에는 있지 않으나,

立言垂範亦足恃(입언수범역족시) 바른말하고 본받을 행동하심은 사람들이 의지하기에 족하네.

苗裔當家十世宥(묘예당가십세유) 후손들은 마땅히 선생 덕분에 10대 자손까지 죄를 지어도 용서받을 것이니,

豈謂貽厥無基址(기위이궐무기지) 그가 어찌 자손들에게 터전을 마련하지 않았다 말하랴?

故知忠孝出天性(고지충효출천성) 옛부터 충성과 효도는 천성적인 것으로 알고 있었거니와,

潔身亂倫安足擬(결신란륜안족의) 자기 한 몸을 깨끗이 하려고 인륜을 어지럽히는 무리야 허찌 그에게 비길 수 있으랴?

昨夜長鬚來下狀(작야장수래하장) 어젯밤에 긴 수염 난 하인 시켜 편지를 보내왔는데,

隔墻惡少惡難似(격장악소아난사) 담 너머 악동의 악한 짓이 말할 수도 없단다.

每騎屋山下窺瞰(매기옥산하규감) 언제나 지붕 용마루 타고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아,

渾舍驚怕走折趾(혼사경파주절지) 온 집안이 놀라고 두려워 달아나다 발가락은 삐는 형편이고,

憑依婚媾欺官吏(빙의혼구기관리) 인척 관계를 빙자하여 관리들을 속이니,

不信令行能禁止(불신령행능금지) 법이 집행되어 그의 행동을 막으리라 믿지도 않는 놈이라네.

先生受屈未曾語(선생수굴미증어) 선생께서 굴욕을 당하면서도 얘기하는 일이 없었는데,

忽此來告良有以(홀차래고량유이) 갑자기 이에 알려온 것은 정말 까닭이 있을 것세.

嗟我身爲赤縣尹(차아신위적현윤) 아아, 내 몸은 낙양의 현윤이 되었으니,

操權不用欲何俟(조권불용욕하사) 권력을 쥐고 쓰지 않는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立召賊曹呼五百(입소적조호오백) 바로 형방을 불러 나쁜 놈들을 잡아다,

盡取鼠輩尸諸市(진취서배시제시) 쥐새끼 같은 무리들을 처형하여 저자에 시체를 내걸었네.

先生又遣長鬚來(선생우견장수래) 선생은 또 긴 수염이 난 하인을 보내와,

如此處置非所喜(여차처치비소희) 이러한 처치는 좋아하는 바가 아니라고 하네.

況又時當長養節(황우시당장양절) 하물며 계절은 만물이 자라나는 봄이니,

都邑未可猛政理(도읍미가맹정리) 고을을 사나운 정치로 다스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네.

先生固是余所畏(선생고시여소외) 선생은 본시부터 내가 두려워하는 분이니,

度量不敢窮涯涘(도량불감궁애사) 마음의 넓은 도량은 바다 저편을 바라보는 듯하네.

放縱是誰之過歟(방종시수지과여) 멋대로 처형했음은 누구의 잘못인가?

效尤戮僕愧前史(효우륙복괴전사) 잘못을 본받아 그들을 죽였으니 옛날 사관이 부끄럽네.

買羊沽酒謝不敏(매양고주사불민) 양고기 사고 술 받아가지고 가서 어리석음을 사과하고 싶은데,

偶逢明月耀桃李(우봉명월요도리) 마침 밝은 달이 떠서 복숭아와 오얏꽃을 비추고 있네.

先生有意許降臨(선생유의허강림) 선생께서 마음 내키시어 왕림하시기를 하락하신다면,

更遣長鬚致雙鯉(갱견장수치쌍리) 다시 긴 수염난 하인 시켜 편지를 보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