百舌吟(劉禹錫) 백설조를 읊음
曉星寥落春雲低(효성료락춘운저)
새벽별 점점 사라지고 봄날의 구름 나직이 날 때,
初聞百舌間關啼(초문백설간관제)
백설조 짹짹 우는 소리 들리기 시작하네.
花枝滿空迷處所(화지만공미처소)
꽃가지 하늘에 가득하니 몸둘 곳을 알지 못하고,
搖動繁英墜紅雨(료동번영추홍우)
많은 꽃 흔들어 붉은 비 오듯 꽃잎 떨어지게 하네.
笙簧百囀音韻多(생황백전음운다)
생황이 온갖 소리 내듯 우는 소리 다양하니,
黃鸝呑聲燕無語(황리탄성연무어)
꾀꼬리도 소리를 삼키고 제비도 조용하네.
東方朝日遲遲升(동방조일지지승)
동쪽에서 아침 해가 뉘엿뉘엿 떠오르니,
迎風弄景如自矜(영풍롱영여자궁)
바람맞이하고 그림자 희롱하는 스스로를 뽐내는듯하네.
數聲不盡又飛去(수성부진우비거)
몇 번 우는 소리 다하기 전에 또 날아가 버리어,
何許相逢綠楊路(하허상봉록양로)
어디에서 만나게 되는가 푸른 버드나무 자란 길이네.
綿蠻宛轉似娛人(면만원전사오인)
날렵하게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사람을 즐겁게 하는 듯하지만,
一心百舌何紛紜(일심백설하분운)
마음은 하나인데 혀로는 백 가지 소리 내니 얼마나 요란한가?
酡顔俠少停歌聽(타안협소정가청)
술 취하여 얼굴 불쾌한 협기 있는 젊은이 노래 멈추고 듣고,
墮珥妖姬和睡聞(타이요희화수문)
옥 귀걸이 늘어뜨리고 잠자는 예쁜 여인은 잠결에 듣는다네.
可憐光景何時盡(가련광경하시진)
사랑스런 봄빛은 언제나 다하려나?
誰能低回避鷹隼(수능저회피응준) 그 누가 백설조처럼
왔다갔다하다가 매나 새매를 피할 수 있겠는가?
廷尉張羅自不關(정위장라자불관)
정위인 적공이 그물을 쳐놓았다 해도 자신은 상관없다 하고.
潘郞挾彈無情損(반랑협탄무정손) 반악이 새 잡는
활을 들고 있다 해도 자기를 손상 시킬까 마음쓰지 않네.
天生羽族爾何微(천생우족이하미)
하늘이 낳은 새의 무리 중 그대는 얼마나 미세한 존재인가?
舌端萬變乘春輝(설단만변승춘휘)
혀끝을 만 가지로 변화시키며 봄빛을 타고 있구려.
南方朱鳥一朝見(남방주조일조견)
남쪽의 주작이 여름 몰고 하루아침에 나타나는 날이면,
索寞無言蒿下飛(삭막무언호하비)
조용히 소리도 못 내고 쑥대 밑으로 날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