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長恨歌(白居易) 장한가

노년의 인생 2024. 8. 17. 14:00

長恨歌(白居易) 장한가

 

漢皇重色思傾國(한황중색사경국) 한나라 황제 여색을 좋아하여 미인만 생각하였으나,

御宇多年求不得(어우다년구부득) 천하를 다스린 지 여러 해 동안 구하지 못하고 있었네.

楊家有女初長成(양가유녀초장성) 양씨 집안에 딸이 막 장성하였는데,

養在深閨人未識(양재심규인미식) 깊은 규방에서 자라 아무도 알지 못하였네.

天生麗質難自棄(천생려질난자기) 하늘이 낸 고운 자질은 스스로 버리기 어려운 것이니,

一朝選在君王側(일조선재군왕측) 하루아침에 선택되어 군왕 곁에 머물게 되었네.

回頭一笑百媚生(회두일소백미생) 머리 돌려 한번 웃으면 갖가지 아리따움 피어나니,

六宫粉黛無顏色(육궁분대무안색) 육궁의 곱게 단장한 후궁들 얼굴빛 잃게 되었네.

春寒賜浴華清池(춘한사욕화청지) 봄추위에 화청지에서 목욕하라 하였는데,

溫泉水滑洗凝脂(온천수활세응지) 온천물은 매끄럽게 엉긴 기름진 몸을 씻었네.

侍兒扶起嬌無力(시아부기교무력) 시중하는 아이 부축해 일으켜도 아리땁기 힘 없었으니,

始是新承恩澤時(시시신승은택시) 처음으로 천자의 은총받던 때였네.

雲鬢花顏金步搖(운빈화안금보요) 구름 같은 머리에 꽃 같은 얼굴 황금 머리장식으로,

芙蓉帳暖度春宵(부용장완도춘소) 부용장 따뜻한 장막에서 봄밤을 보냈는데,

春宵苦短日高起(춘소고단일고기) 봄밤은 너무 짧아 해가 어느 덧 높이 뜨니,

從此君王不早朝(종차군왕불조조) 이로부터 임금님 아침 조회에 참석하지 않았네.

承歡侍宴無閑暇(승환시연무한가) 환심을 얻어 연회 모시느라 한가할 틈이 없고,

春從春遊夜專夜(춘종춘유야전야) 봄엔 봄놀이 하고 밤이면 밤을 함께하였네.

後宫佳麗三千人(후궁가려삼천인) 후궁에는 아름답고 고운 여자 삼천 명인데,

三千寵愛在一身(삼천총애재일신) 삼천 명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네.

金屋粧成嬌侍夜(금옥장성교시야) 황금 방에서 화장하고 아리땁게 밤 시중들고,

玉樓宴罷醉和春(옥루연파취화춘) 옥루의 연회가 끝나면 취하여 봄처럼 화합하였네.

姊妹弟兄皆列土(자매형제개열토) 형제자매들까지도 모두 봉토를 받으니,

可憐光彩生門户(가련광채생문호) 아름다운 광채가 집안을 빛나게 하여,

遂令天下父母心(수령천하부모심) 마침내 천하의 부모들 마음으로 하여금,

不重生男重生女(부중생남중생여) 아들 낳는 것 중히 여기지 않고 딸 낳는 것 중히 여기게 하였네.

驪宫高處入青雲(여궁고처입청운) 여산의 별궁 높은 꼭대기는 푸른 구름 위로 솟았고,

仙樂風飄處處聞(선악풍표처처문) 신선의 음악이 바람 실려 곳곳에 들렸네.

緩歌慢舞凝絲竹(완가만무응사죽) 느린 곡조의 노래와 조용한 춤에 관현악 소리 곁들이고,

盡日君王看不足(진일군왕간부족) 임금님 하루 종일 만족할 줄 모르고 쳐다보았네.

漁陽鼙鼔動地來(어양비고동지래) 어양 땅에 반란군 일어나 북소리가 땅을 울리도록 치며 몰려와,

驚破霓裳羽衣曲(경파예상우의곡) 예상우의곡 가락을 놀라서 깨어지게 하였네.

九重城闕煙塵生(구중성궐연진생) 구중궁궐에 연기와 먼지 일어나고,

千乘萬騎西南行(천승만기서남행) 천승만마가 호위하는 임금행렬은 서남으로 피난길 떠나네.

翠華搖搖行復止(취화요요생복지) 비취 깃 장식한 깃대 세운 임금 행렬 다시 멎었으니,

西出都門百餘里(서출도문백여리) 도성문 서쪽으로 나와 백여 리 되는 곳이었네.

六軍不發無奈何(육군불발무내하) 육군이 출발하지 않고 나라 망친 책임 추궁하니 어쩔 수 없이,

宛轉蛾眉馬前死(완전아미마전사) 아름다운 양귀비는 군사들 말 앞에서 죽었네.

花鈿委地無人收(화전위지무인수) 꽃 비녀 땅에 버려도 줍는 이 없고,

翠翹金雀玉搔頭(취교금작옥소두) 비취 장식 금 머리꽂개 옥 머리장식이 모두 버려졌네.

君王掩面救不得(군왕엄면구부득) 임금님도 얼굴을 가릴 뿐 구해주지 못하고,

回首血淚相和流(회수혈루상화류) 머리 돌려 피와 눈물을 번갈아 흘리셨네.

黃埃散漫風蕭索(황애산만풍소삭) 누런 먼지 자욱하고 바람은 쓸쓸한데,

雲棧縈紆登劍閣(운잔영우등검각) 구름 잔교 구불구불 검각을 올라갔네.

峨嵋山下少人行(아미산하소인행) 아미산 아래엔 다니는 사람들 적고,

旌旗無光日色薄(정기무광일색박) 깃발들은 광채 잃고 햇빛도 희미했네.

蜀江水碧蜀山青(촉강수벽촉산청) 촉 땅의 강물은 푸르고 촉 땅의 산도 푸른데,

聖主朝朝暮暮情(성주조조모모정) 임금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워하네.

行宫見月傷心色(행궁견월상심색) 행궁에서 달을 보니 상심하는 빛이었고,

夜雨聞鈴斷腸聲(야우문령단장성) 밤비 속에 듣는 말방울 소리는 창자 저미는 소리였네.

天旋地轉迴龍馭(천선지전회용어) 하늘과 땅이 뒤바뀌어 황제의 수레 돌려 돌아오는데,

到此躊躇不能去(도차주저불능거) 이곳에 이르니 주저하며 떠나지를 못하였네.

馬嵬坡下泥土中(마외파하니토중) 마외파 언덕 아래 진흙 속에서,

不見玉顏空死處(불견옥안공사처) 옥같은 얼굴 보이지 않고 죽은 자리만 공허하네.

君臣相顧盡霑衣(군신상고진첨의) 임금과 신하 서로 돌아보며 옷깃을 적시고

東望都門信馬歸(동망도문신마귀) 동쪽으로 도읍 문 바라보며 말에 실려 돌아왔네.

歸來池苑皆依舊(귀래지원개의구) 돌아오니 연못과 동산은 모두 예전과 같은데,

太液芙容未央柳(태액부용미앙류) 태액지에 연꽃과 미앙궁의 버드나무 여전했네.

芙容如面柳如眉(부용여면류여미) 연꽃은 귀비의 얼굴 같고 버들잎은 눈썹 같은데,

對此如何不淚垂(대차여하불루수) 이를 대하니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는가?

春風桃李花開夜(춘풍도리화개야) 봄바람에 복숭아꽃 오얏꽃 피는 밤에,

秋雨梧桐葉落時(추우오동엽낙시) 가을비에 오동나무 잎 떨어질 때에,

西宫南苑多秋草(서궁남원다추초) 서궁과 남원에는 가을 풀만 무성하고,

落葉滿階紅不掃(낙엽만계홍불소) 낙엽이 섬돌 가득 떨어져 붉어도 쓸지 않네.

梨園弟子白髮新(이원제자백발신) 이원의 제자들 백발이 새롭고,

椒房阿監青娥老(초방아감청아노) 초방의 후비 아감들의 청춘도 늙었네.

夕殿螢飛思悄然(석전형비사소연) 저녁 전각에 반딧불이 날면 처연한 생각 들고,

孤燈挑盡未成眠(고등도진미성면) 외로운 등불 심지가 다 타도 잠 못 이루네.

遲遲更鼓初長夜(지지경고초장야) 느릿느릿한 북소리는 긴 밤의 시작을 알리고,

耿耿星河欲曙天(경경성하욕서천) 훤한 은하수는 새벽하늘에 걸려 있었네.

鴛鴦瓦冷霜華重(원앙와냉상화중) 원앙 기와 싸늘한데 서리발이 짙고,

翡翠衾寒誰與共(비취금한수여공) 비취 이불 차가운데 누구와 함께 덮으랴?

悠悠生死别經年(유유생사별경년) 아득히 생과 사의 이별 해를 넘겨도,

魂魄不曾來入夢(혼백부증래입몽) 꿈속에 혼백조차도 아직도 오지 않네.

臨卭道士鴻都客(임공도사홍도객) 임공 땅의 홍도객이란 도사가,

能以精神致魂魄(능이정신치혼백) 정신으로 혼백을 부를 수 있다 하네.

爲感君王展轉思(위감군왕전전사) 상왕께서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사랑에 감동하여,

遂教方士慇勤覔(수교방사은근멱) 마침내 도사로 하여금 정성껏 찾아보게 하였네.

排風馭氣奔如電(배풍어기분여전) 바람을 밀치고 기운을 몰고 번개처럼 달리어,

升天入地求之徧(승천입지구지편) 하늘에 올라가고 땅속으로 들어가고 두루 찾았네.

上窮碧落下黃泉(상궁벽락하황천) 위로는 하늘 끝 아래로는 황천까지 내려갔으나,

兩處茫茫皆不見(양처망망개불견) 두 곳 모두 아득하여 전혀 보이지 않았네.

忽聞海上有仙山(홀문해상유선산) 홀연 바다 속에 신선들 사는 산이 있는데,

山在虚無縹緲間(산재허무표묘간) 산은 허무하고 까마득한 거리에 있다는 말 들었네.

樓閣玲瓏五雲起(누각영롱오운기) 누각과 궁전 영롱하고 오색구름이 이는데,

其中綽約多仙子(기중작약다선자) 그 안에는 아리따운 선녀들이 많다고 하네.

中有一人字太眞(중유일인자태진) 그 중에 한 사람이 있는데 자는 태진이고,

雪膚花貌參差是(설부화모참차시) 눈 같은 피부에 꽃 같은 모습이 거의 비슷하다 하네.

金闕西廂叩玉扃(금궐서상고옥경) 금 대궐 서쪽 행랑채로 가서 옥문 빗장을 두드리고,

轉教小玉報雙成(전교소옥보쌍성) 소옥에게 말하게 하니 다시 하녀 쌍성에게 알리네.

聞道漢家天子使(문도한가천자사) 당나라 천자의 사신이라는 말을 듣고,

九華帳裏夢魂驚(구화장리몽혼경) 구화 장막 속에서 꿈꾸던 혼이 놀라네.

攬衣推枕起徘徊(람의추침기배회) 옷깃 잡고 베개를 밀치고 일어나 서성이는데,

珠箔銀屏邐迤開(주박은병리이개) 주렴과 은병풍이 한 겹 한 겹 열려지네.

雲鬢半偏新睡覺(운빈반편신수각) 구름 같은 머리 기울어져 잠자다 방금 깬 모습이요.

花冠不整下堂來(화관불정하당래) 화관도 바르게 하지 못한 채 대청을 내려왔네.

風吹仙袂飄飄舉(풍취선몌표표거) 바람 불어 신선의 옷소매 펄럭펄럭 날리니,

猶似霓裳羽衣舞(유사예상우의무) 마치 예상우의무를 추는 것과 같았네.

玉容寂寞淚闌干(옥용적막루난간) 옥 같은 얼굴 적막한데 눈물은 줄줄 흐르니,

梨花一枝春帶雨(이화일지춘대우) 배꽃 한 가지가 봄비에 젖은 듯하네.

含情凝睇謝君王(함정응제사군왕) 정을 머금고 응시하는 눈으로 임금님께 감사드리며 말하였네.

一别音容兩渺茫(일별음용양묘망) 한번 성상을 이별하자 서로 까마득하게 되었으니,

昭陽殿裏恩愛絶(소양전리은애절) 소양전에서 받던 은혜와 사랑 모두 끊어지고,

蓬萊宫中日月長(봉래궁중일월장) 봉래궁에서의 세월은 길기만 하다네.

回頭下望人寰處(회두하망인환처) 머리 돌려 아래 인간세상을 내려다보아도,

不見長安見塵霧(불견장안견진무) 장안은 보이지 않고 먼지와 안개만 자욱합니다.

唯將舊物表深情(유장구물표심정) 오로지 옛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고자 하여,

鈿合金釵寄將去(전합금차기장거) 금합과 금비녀를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釵留一股合一扇(채유일고합일선) 비녀는 한 쪽을 남기고 상자는 한 쪽 남겼으니,

釵辟黃金合分鈿(차벽황금합분전) 황금 비녀 쪼개지고 금합의 자개 깨어졌지만.

但令心似金鈿堅(단령심사금전견) 단지 마음만 금이나 자개처럼 견고하게 한다면,

天上人間會相見(천상인간회상견) 하늘 위나 인간세상에서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臨别殷勤重寄詞(임별은근중기사) 떠나올 때 은근하게 거듭 말을 전하는데,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양심지) 말 가운데 맹세 있어 두 바름만이 안다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칠월칠석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속삭일 때,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서는 나래 붙은 비익조 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서는 가지 붙은 연리지 되기를 원하셨네.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 간다 해도 다할 때가 있으나,

此恨綿綿無結期(차한면면무결기) 이들의 한만은 면면히 이어져 다할 날이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