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江南過天寶樂叟歌(白居易) 강남에서 천보 연간의 악공이던 영감을 만난 노래

노년의 인생 2024. 8. 16. 14:47

江南過天寶樂叟歌(白居易) 강남에서 천보 연간의 악공이던 영감을 만난 노래

 

白頭病叟泣且言(백두병수읍차언) 백발의 병든 늙은이 울면서 이렇게 말하니,

祿山未亂入梨園(록산미란입리원) 안녹산이 난을 일으키기 전에 이원에 들어갔는데.

能彈琵琶和法曲(능탄비파화법곡) 비파를 잘 타고 능해 법곡을 익히어,

多在華淸隨至尊(다재화청수지존) 늘 화청궁에서 천자 모셨네.

是時天下太平久(시시천하태평구) 이때 천하는 오랫동안 태평하여,

年年十月坐朝元(년년십원좌조원) 해마다 시월이면 조원각에서 잔치 벌렸는데.

千官起居環佩合(천관기거환패함) 천관(千官)이 일어났다 앉으니 환패(環佩)가 합하고, 

萬國會同車馬奔(만국회동거마분) 만국의 사절들 모이느라 수레와 말 분주했네.

金鈿照耀石甕寺(금전조요석옹사) 여인들의 금비녀는 석옹사에 번쩍거리고,

蘭麝薰煮溫湯源(난사훈자온탕원) 난향과 사향 온천 증기에 섞여 퍼졌네.

貴妃宛轉侍君側(귀비완전시군측) 귀비가 날렵하게 임금 곁에서 모시니,

體弱不勝珠翠繁(체약불승주취번) 몸은 가냘퍼서 진주와 비취의 번거로움 이기지 못하였네.

冬雪飄颻諷錦袍暖(동설표요풍금초난) 겨울눈이 휘날릴 때 비단옷 따뜻하게 입고,

春風蕩漾霓裳翻(춘풍탕양예상번) 봄바람 살랑이면 얇은 비단옷 펄럭이게 하였네.

歡娛未足燕寇至(환오미족연구지) 즐김에 물릴 줄 모르는 판에 안록산의 반란군 쳐들어왔는데,

弓勁馬肥胡語喧(궁경마비호어훤) 강한 활에 살진 말 탄 오랑캐들의 말소리 세상에 시끄러웠네.

邠土人遷避夷狄(빈토인천피이적) 장안 땅 사람들 딴 곳으로 옮겨 오랑캐 피하여 떠났으니,

鼎湖龍去哭軒轅(정호용거곡헌원) 정호(鼎湖)의 용 떠나가니 헌원(軒轅)에 곡하네.

從此漂淪到南土(종차표륜도남토) 이로부터 표류하여 남쪽 지방에 이르니,

萬人死盡一身存(만인사진일신존) 만인이 모두 죽었으되 이 한 몸은 살아 남았네.

秋風江上浪無際(추풍강상낭무제) 가을바람 부는 강가엔 물결 끝없이 이는데,

暮雨舟中酒一罇(모우주중주일준) 저녁 비 내리는 배안에는 술 한 통 있네.

涸魚久失風波勢(학어구실풍파세) 물마른 고기 오랫동안 바람과 파도의 형세 잃었고, 

枯草曾霑雨露恩(고초증점우로은) 마른 풀 일찍이 비와 이슬의 은혜에 젖었네.

我自秦來君莫問(아자진래군막문) 내가 진에서 왔다고 그곳 소식 묻지 마소.

驪山渭水如荒村(여산위수여황촌) 여산과 위수 근처 황폐한 마을처럼 되었다오.

新豐樹老籠明月(신풍수로롱명월) 신풍의 나무 늙어 밝은 달을 가리고,

長生殿暗鎖黃昏(장생전암쇄황혼) 장생전은 어둑어둑 황혼이 깃들어 있으며.

紅葉紛紛盖欹瓦(홍섭분분개의와) 붉은 나뭇잎 어지러이 이그러진 기왓장 덮고 있고,

綠苔重重封壞垣(녹태중중봉괴원) 푸른 이끼 겹겹이 허물어진 담장을 뒤덮고 있다오.

惟有中官作宮使(유유중관작궁사) 오직 중관(中官)이 궁사(宮使)가 되어,

每年寒食一開門(매년한식일개문) 매년 한식(寒食)에 한번씩 문을 연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