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복숭아꽃이 핀 수원(水源)의 기문「도화원기(桃花源記)」

노년의 인생 2024. 8. 31. 12:14

복숭아꽃이 핀 수원(水源)의 기문

「도화원기(桃花源記)」

 

❖-해제

421년 도연명의 나이 57세에 지은 작품이다.

동진(東晉) 왕조가 송(宋)으로 교체되고 동진의 마지막 군주인 공제(恭帝)가

시해된 후 현실에 대한 절망과 이상향에 대한 동경이 복합되어 나온

걸작으로 「도화원시(桃花源詩)」와 함께 지어졌다.

노자와 장자가 추구한‘소국과민(小國寡民)’의 이상 세계를 바탕으로 하고

오랜 농촌 생활 가운데서 얻은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살려서 그려낸

도화원은, 이후 동양적 유토피아의 전형(典型)이 되었다.

 

❖- 역주

晉太元中, 진나라 태원 연간에,

武陵人捕魚爲業, 무릉 사람이 고기를 잡아 생활하였는데,

綠溪行, 시내를 따라 올라가다가,

忘路之遠近. 길을 얼마나 왔는지 잊어버렸다.

忽逢桃花林, 홀연 복숭아나무 숲을 만났는데,

夾岸數百步. 언덕을 끼고 수백 보에 달했다.

中無雜樹, 그 가운데 다른 나무는 없고,

芳草鮮美, 향기로운 풀이 아름답고

落英繽紛. 떨어지는 꽃들이 흩날렸다.

漁人甚異之, 어부가 매우 이상하게 여겨

復前行, 다시 앞으로 가면서

欲窮其林. 숲이 끝나는 데까지 가보려고 하였다.

林盡水源, 숲은 물이 발원하는 곳에서 끝났는데

便得一山, 바로 산이 하나 있고

山有小口, 산에 작은 구멍이 있어

髣髴若有光. 마치 빛이 있는 것 같았다.

便捨船從口入, 바로 배에서 내려 입구를 따라 들어가니

初極狹, 처음에는 매우 좁아

纔通人. 겨우 사람이 지나갈 정도였다.

復行數十步, 다시 수십 보를 가니

豁然開朗, 훤하게 트여 밝아지는데

土地平曠, 땅은 평평하고 드넓으며

屋舍儼然. 집들이 가지런하였다.

有良田·美池·桑竹之屬, 좋은 밭, 아름다운 연못, 뽕나무와 대나무 들이 있고

阡陌交通, 논밭길이 이리저리 통해 있으며

鷄犬相聞.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其中往來種作, 그 가운데서 오가며 농사를 짓는데

男女衣著, 남녀의 복장은

悉如外人. 모두 바깥사람들과 같았다.

黃髮垂髫, 노인들과 아이들은

普怡然自樂, 모두 편안하게 스스로 즐기는데

見漁人, 어부를 보고

乃大驚, 크게 놀라

問所從來. 어디에서 왔는지를 물었다.

具答之, 자세히 대답해 주니

便要還家. 곧 집에 가자고 청하여

設酒殺鷄作食. 술자리를 마련하여 닭을 잡고 밥을 지어 주었다.

村中聞有此人, 마을에서 이런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咸來問訊. 모두들 와서(바깥소식을) 물었다.

自云, 그들이 말하기를,

先世避秦時亂, “선대에 진(秦)나라 때의 난리를 피해

率妻子邑人, 처자식과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來此絶境, 이 외진 곳에 왔고

不復出焉, 다시 세상에 나가지 않아

遂與外人間隔. 마침내 외부 사람들과 떨어지게 되었습니다.”라고 하면서

問今是何世,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를 묻는데,

乃不知有漢, 한(漢)나라도 모르니

無論魏晉. 위(魏)와 진(晉)은 말할 것도 없었다.

此人一一爲具言所聞, 이 사람이 일일이 그들에게 아는 것을 자세히 말해주니

皆歎惋. 모두 탄식하며 놀랐다.

餘人各復延至其家, 다른 사람들도 각자 다시 자기 집으로 맞이하여

皆出酒食. 모두 술과 밥을 내놓았다.

停數日, 며칠을 머물다

辭去, 하직하고 떠나는데

此中人語云, 이 가운데 한 사람이 말하기를

不足爲外人道也. "외부 사람들에게 족히 말할게 못 됩니다."라고 하였다.

旣出, 나온 뒤에

得其船, 자기 배를 찾고

便扶向路, 곧 전에 왔던 길을 따라가며

處處誌之. 곳곳마다 표시를 해놓았다.

及郡下, 군의 성내에 이르러

詣太守說如此, 태수를 찾아가 이와 같은 일을 말하니

太守卽遣人隨其往. 태수가 즉시 사람을 시켜 그가 갔던 곳을 따르게 하였다.

尋向所誌, 전에 표시해 놓은 곳을 찾았으나

遂迷不復得路. 결국은 헤매다가 더 이상 길을 찾을 수 없었다.

南陽劉子驥, 남양의 유자기는

高尙士也. 고상한 선비였다.

問之, 이 말을 듣고

欣然規往, 기꺼이 찾아갈 것을 계획하였지만

未果, 실행하지 못 한 채

尋病終, 얼마 후 병들어 죽었고

後遂無問津者. 그 후에는 마침내 길을 묻는 사람이 없었다.

출처: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