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도화원시(桃花源詩)」도연명(陶淵明)

노년의 인생 2024. 8. 31. 15:15

「도화원시(桃花源詩)」

도연명(陶淵明)

 

❖-해제

이 작품은 도연명이 「도화원기(桃花源記)」의 이상(理想)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압박과 전란이 없는 곳에서 편안히 생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농민들의 바람과

이상을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 역주

嬴氏亂天紀, 진시황이 하늘의 법도를 어지럽혀,

賢者避其世. 현자들이 세상을 피했다.

黃綺之商山, 하황공과 기리계는 상산으로 갔고,

伊人亦云逝. 이 사람들도 역시 떠났다.

往跡浸復湮, 떠난 자취는 점차 다시 사라졌고,

來逕遂蕪廢. 왔던 길도 마침내 거칠어져 없어졌네.

相命肆農耕, 서로 알려서 농사에 힘쓰고,

日入從所憩. 해지면 쉴 곳으로 돌아간다.

桑竹垂餘蔭, 뽕과 대나무는 넉넉한 그늘을 드리우고,

菽稷隨時藝. 콩과 기장은 때에 맞춰 심는다.

春蠶收長絲, 봄누에 쳐서 긴 명주실 거두고,

秋熟靡王稅. 가을에 벼 익어도 세금이 없다.

荒路曖交通, 거친 길은 왕래를 막고,

鷄犬互鳴吠. 닭과 개는 교대로 울고 짖는다.

俎豆猶古法, 제사 그릇은 아직도 옛 법도대로이고,

衣裳無新製. 입은 옷도 새로운 제작이 없다.

童孺縱行歌, 아이들은 마음대로 나다니며 노래 부르고,

斑白歡游詣. 노인들은 찾아가는 이를 환영한다.

草榮識節和, 풀이 꽃 피면 계절이 온화해진 것을 알고,

木衰知風厲. 나무가 시들면 바람이 매서워진 것을 알고,

雖無紀曆志, 비록 달력의 기록은 없지만,

四時自成歲. 네 계절이 저절로 한 해를 이루어 간다.

怡然有餘樂, 기쁘게 많은 즐거움이 있으니,

于何勞智慧. 어디에 지혜를 쓰리오.

奇蹤隱五百. 기이한 자취가 5백 년 동안 숨겨져 있다가,

一朝敞神界. 하루아침에 신령한 세상이 드러났네.

淳薄旣異源, 순후함과 각박함이 근원을 달리하니,

旋復還幽蔽. 곧바로 다시 감추어졌네.

借問游方士, 묻노니 세속에 머무는 이들이여,

焉測塵囂外. 어찌 시끄러운 속세의 바깥을 헤아릴 수 있겠소.

願言躡輕風, 바라건대 가벼운 바람 타고서,

高擧尋吾契. 높이 날아 나와 뜻 맞는 이 찾으리.

출처: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