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가(桃源歌)」
고려(高麗) 진화(陳澕, 생몰년 미상)
❖-해제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근거하여 고려 시대
중반기의 당시 사회상을 풍자적으로 그려 낸 시이다.
이 시의 전반부는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무릉도원을 묘사하고 있으나 후반부에서는 세금을 수탈하는
아전과 핍박받는 백성들을 대비하여 읊고 있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고발함으로써 시의 풍자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 역주
丱角森森東海之蒼煙, 동남동녀는 동해의 아득한 안개 속에 가물가물 하고,
紫芝曄曄南山之翠巓. 자줏빛 지초는 남산의 푸른 봉우리에서 빛난다.
等是當時避秦處, 이와 같은 시기에 진나라를 피할 곳은,
桃源最號爲神仙. 도화원을 으뜸으로 불러 신선 세계라 하였네.
溪流盡處山作口, 계곡물 다한 곳에서 산에 입구가 나 있는데,
土膏水軟多良田. 땅은 기름지고 물은 부드러워 좋은 밭이 많았다.
紅厖吠雲白日晩, 붉은 삽살개는 구름 보고 짖어 대고 해는 지는데,
落花滿地春風轉. 떨어진 꽃잎은 땅에 가득한 채 봄바람에 구르네.
鄕心斗斷種桃後, 복숭아 심은 뒤에 고향 생각 끊어졌고,
世事只說焚書前. 세상사는 진(秦)나라 이전을 말할 뿐이다.
坐看草樹知寒暑, 풀과 나무를 보고서 추위와 더위를 알고,
笑領童孩忘先後. 웃으며 아이들 데리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漁人一見卽回棹, 어부가 한번 보고서 곧 배를 돌리니
煙波萬古空蒼然, 안개 낀 물결은 만고에 그저 아득할 뿐이다.
君不見.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江南村, 강남의 촌락에서
竹作戶花作藩. 대나무로 지게문을 만들고 꽃으로 울타리 만든 것을.
淸流涓涓寒月漫, 맑은 물결이 졸졸 흐르니 찬 달이 어지럽고
碧樹寂寂幽禽喧. 푸른 나무는 고요한데 그윽한 소리로 새가 지저귄다.
所恨, 한스러운 것은
居民産業一零落, 백성들의 생업이 날로 쇠락해 가는데
縣吏索米長敲門. 고을 아전들은 세미 다그치려고 항상 문을 두드린다.
但無外事來相逼, 다만 찾아와 핍박하는 바깥일만 없다면
山村處處皆桃源. 산촌은 가는 곳마다 모두가 도화원일 텐데
此詩有味君莫棄, 이 시는 의미가 있으니 그대는 버리지 말고
寫入郡譜傳兒孫. 고을의 문서에 적어 두어 자손들에게 전하라.
출처: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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