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를 읽고 나서 지은 9편
「독사술9장(讀史述九章)」
❖-해제
도연명이 사마천의『사기(史記)』를 읽고 그 감회를 적은 것이다.
왕조가 바뀌는 시기에 지조를 견지했던 이들에 대한 내용을 앞에 배치하고 있어
동진(東晉)이 멸망한 직후인 남조 송(宋) 영초(永初)연간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은 백이와 숙제, 기자, 관중과 포숙아,
정영(程嬰)과 공손저구(公孫杵臼), 72명의 공자 제자, 굴원과 가의, 한비자,
노나라의 두선비, 장지(張摯)에 대한 논평이다.
❖- 역주
서문
余讀史記, 내가『사기(史記)』를 읽고
有所感而述之. 느낀 바가 있어 그것을 기술한다.
본문
「이제(夷齊)」 백이와 숙제
二子讓國, 두 사람은 나라를 양보하고,
相將海隅. 서로 부축하며 바닷가로 갔다.
天人革命, 하늘과 민심을 받들어 혁명할 때,
絶景窮居. 모습을 감추고 궁벽하게 살았다.
采薇高歌. 고사리 뜯으며 큰소리로 노래하고,
慨想黃虞. 개탄하며 황제와 순임금 생각했다.
貞風凌俗. 곧은 기풍은 세속을 초월하였으니,
爰感懦夫. 이에 나약한 사람을 감동 시켰구나.
「기자(箕子)」 기자
去鄕之感, 고향을 떠나는 감개에
猶有遲遲. 오히려 발걸음에 더뎠지.
矧伊代謝, 하물며 왕조가 바뀌는 때에는
觸物皆非. 만나는 일마다 모두 잘못되었다.
哀哀箕子, 슬픈 기자여,
云胡能夷. 어떻게 평온할 수 있었겠는가.
狡童之歌, 「교동지가」는
悽矣其悲. 그 슬픔이 처량하구나.
「관포(管鮑)」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
知人未易, 사람을 알아보기 쉽지 않고,
相知實難. 서로 알아주는 것은 진실로 어렵다.
淡美初交, 답백 하게 처음의 사귐을 잘해도,
利乖歲寒. 이욕으로 어려운 때에 어그러진다.
管生稱心. 관중이 자기 좋을 대로 했어도,
鮑叔必安. 포숙아는 항상 편안하였다.
奇情雙亮, 특별한 우정은 두 사람 다 진실 되었고,
令名俱完. 아름다운 명성은 모두가 완벽하였다.
「정저(程杵)」정영(程嬰)과 공손저구(公孫杵臼)
遺生良難, 목숨을 바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데
士爲知己.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
望義如歸, 의리로 향하기를 집에 돌아가듯 한 이들이,
允伊二子. 진실로 이 두 분 이었네.
程生揮劍, 정영선생이 검을 휘둘러 죽은 것은
懼玆餘恥. 이렇게 남아 있는 부끄러움이 두려웠기 때문이지.
令德允聞, 아름다운 덕이 참되게 전해져
百代見紀. 백 세대토록 기억되리라.
「72제자(弟子)」72명의 공자 제자
恂恂舞雩, 공손히 무에서 시종하던 이들은
莫曰匪賢. 현자가 아니라고 할 이가 없었네.
俱映日月, 모두 해와 달처럼 빛났으니
共飱至言. 함께 지극한 말씀을 들었지.
慟由才難, 애통은 인재 얻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고
感爲情牽. 감정은 (제자들에 대한) 애정에 이끌렸지.
回也早夭, 안희도 일찍 죽었고
賜獨長年. 자공(자공)만이 유독 장수했다네.
「굴가(屈賈)」굴원과 가의
進德修業, 덕을 향상시키고 학업을 닦는 것은,
將以及時. 장차 때에 맞추어 일을 이루려는 것이다.
如彼稷契, 저 후직이나 설과 같은 이들을
孰不願之. 누가 바라지 않겠는가.
嗟乎二賢, 아아! 두 현자는
逢世多疑, 의심이 많은 세상을 만나
候詹寫志, (굴원은)정첨윤(鄭詹尹)에게 점을 쳐서 뜻을 드러내었고
感鵩獻辭. (가의는)부엉새에 느낌을 받아 「복조부(鵩鳥賦)」를 바쳤네.
「한비(韓非)」한비자(韓非子)
豊孤隱穴, 큰 여우가 굴속에 숨더라도,
以文自殘. 아름다운 털 때문에 스스로를 죽게 한다.
君子失時, 군자가 때를 잃었으면,
白首抱關. 흰머리로 관문이나 지킬 일이다.
巧行居災, 교활한 행동은 재앙에 빠지고,
忮辨召患. 억지 주장은 화를 부른다.
哀矣韓生, 슬프구나 한비자여,
竟死說難. 결국(자신이 말하던) 유세의 어려움에 죽었구나.
「노이유(魯二儒)」노(魯)나라의 두 선비
易代隨時, 왕조가 바뀌면 시대를 따르니
迷變則愚. 변화를 알지 못함은 어리석다고 하네.
介介若人, 강직한 저 사람들은
特爲貞夫. 특별히 곧은 분들이었지.
德不百年, 덕을 쌓은 지 백 년이 되지 않았으니
汚我詩書. 유가의 시서(詩書.)를 더럽히는 것이라 하였네.
逝然不顧, 결연히 뒤돌아보지도 않고
被褐幽居. 거친 베옷 입고 숨어 살았다네.
「장장공(張長公)」장지(張摯)
遠哉長公, 원대한 장공이여
蕭然何事. 적막한 채 무엇을 일삼았겠는가.
世路多端, 세상살이 갈래가 많아
皆爲我異. 모두가 나와는 다르다고 하였지.
斂轡堨來, 고삐를 거두고 돌아가
獨養其志. 홀로 자신의 뜻을 길렀네.
寢跡窮年, 자취를 감추고 생을 마쳤으니
誰知斯意. 누가 그 뜻을 알리오.
출처: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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