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부채 위의 그림에 부치는 찬양 「선상화찬(扇上畵贊)」

노년의 인생 2024. 9. 2. 18:36

부채 위의 그림에 부치는 찬양

「선상화찬(扇上畵贊)」

 

❖-해제

여덟 명의 은자를 그린 부채의 그림에 칭송의 글을 쓴 것이다.

구성은 첫 단락에서 전체 글의 주제, 즉 혼란한 세상에서 은일을 택했던

이들을 개괄적으로 칭송하였고, 이어서 차례로 9인의 은일 행적을 들어 칭송하였다.

마지막 다락에서 글의 주제를 종합하고 자신의 은거 생활에 대한 자부로 마무리하고 있다.

 

❖- 역주

서문

荷藻丈人, 하조장인,

長沮·桀溺, 장저·걸익,

於陵仲子, 오릉중자,,

張長公, 장장공,

丙曼容, 병만용,

鄭次都, 정차도,

薛孟嘗, 설맹상,

周陽珪, 주양규,

 

본문

三五道邈, 삼황오제의 도가 멀어지면서,

淳風日盡. 순박한 풍속은 날로 사라져 갔다.

九流參差, 구가(九家)가 어지러이 나와

互相推隕. 서로를 배척하고 헐뜯는다.

形逐物遷, (구가의)형세는 사물의 변화를 좇으니,

心無常準. 마음에 일정한 표준이 없다.

是以達人, 그래서 통달한 사람은

有時而隱. 때로 은거를 한다.

四體不勤, “사지를 힘쓰지 않고

五穀不分. 오곡을 분별하지 못하면서....”라고 하며

超超丈人, 초연했던 노인은

日夕在耘. 해 저물녘에 김을 매고 있었지.

遼遼沮溺, 고상했던 장저와 걸익은,

耦耕自欣. 나란히 밭을 갈며 스스로 즐거워했다.

入鳥不駭, 새들 속으로 들어가도 놀라지 않고,

雜獸斯羣. 짐승들과 섞여 함께 어울렸다.

至矣於陵, 지극하도다 오릉은,

養氣浩然. 기개를 기른 것이 컸다.

蔑彼結駟. 저 네 마리 말을 멘 수레를 멸시하고

甘此灌園. 남의 밭에 물을 주는 이 일을 즐겼다네.

張生一仕, 장장공(張長公)은 한번 벼슬길에 나섰다가

曾以事還. 일찍이 일을 이유로 돌아왔지.

顧我不能, 내가 할 수 없음을 살피고는

高謝人間. 고상하게 세속을 떠났다네.

岧岧丙公, 고결했던 병만용(丙曼容)은

望崖輒歸. 벼랑을 바라고고 바로 귀향하였다.

匪驕匪吝, 교만하지도 않았고 인색하지도 않았으니

前路威夷. 앞길이 험난했기 때문이다.

鄭叟不合, 정조인[정차도(鄭次都)]은 세상과 맞지 않아

垂釣川湄. 물가에서 낚시를 드리웠네.

交酌林下, 수풀 아래에서 술잔을 나누면서

淸言究微. 고상한 말로 오묘한 이치를 밝혔다네.

孟嘗遊學, 맹상이 고향을 떠나 공부하였으나

天網時疏. 하늘의 그물(조정의 법망)이 때로 엉성했네.

眷言哲友, 명철한 벗을 돌아보고는

振褐偕徂. 갈옷을 털어 입고 함께 떠났다네.

英哉周子, 뛰어나구나 주양규(周陽珪)는

稱疾閒居. 병을 핑계 대고 한적하게 지냈다네.

寄心淸尙, 마음을 청렴하고 고상한 데에 기탁하고

悠然自娛. 느긋하게 스스로 즐겼다네.

翳翳衡門, 어둑어둑한 가로 막대 문 안에

洋洋泌流. 졸졸 샘물이 흐른다.

曰琴曰書, 거문고요 책이니

顧盼有儔. 돌아봄에 짝이 있구나.

飮河旣足, 강물 떠 마시면 이미 충분하니

自外皆休. 그 밖의 것은 모두 그만두리라.

緬懷千載, 멀리 천년의 세월을 생각하면서

託契孤遊. 외로운 노닒에 마음을 맡기리라.

출처: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