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화찬(扇上畵贊)」관련 작품
「권농(勸農)」
도연명(陶淵明)
❖-해제
「부채 위의 그림에 부치는 찬양(扇上畵贊)」의 장저(長沮)·걸익(桀溺)과 관련된 작품이다.
이들은 몸소 농사지으면서 은거 생활을 했던 이들로, 도연명의 이상에 부합하는 인물들이다.
옛 은자들에 대한 찬양과 흠모에서, 도연명이 직접 농사지으면서 느낀 자부심이 드러난다.
❖- 역주
悠悠上古, 아득한 먼 옛날,
厥初生民. 그 처음에 사람들이 생겨났지.
傲然自足, 득의하여 스스로 만족하고,
抱樸含眞. 순박함과 참됨을 지녔었지.
智巧旣萌, 지혜와 기교가 싹터 버리자,
資待靡因. 필요로 하는 것을 얻을 길이 없었네.
誰其贍之, 누가 그것을 넉넉하게 하였던가,
實賴哲人. 바로 훌륭한 분 덕택이었지.
哲人伊何, 훌륭한 분이 누구인가,
時惟后稷. 그분이 바로 후직이셨다.
贍지伊何, 넉넉하게 한 것이 무엇이었나,
實曰播植. 바로 씨 뿌리고 심는 일이었다.
舜旣躬耕, 순임금은 몸소 밭을 갈았고,
禹亦稼穡. 우임금도 또한 농사지었다.
遠若周典, 멀리 『서경·주서(周書)』같은 데에도,
八政始食. 여덟 가지 정책에서 먹는 것을 우선으로 하였지.
熙熙令德, 빛나는 훌륭한 덕,
猗猗原陸. 무성한 들판.
卉木繁榮, 초목은 번성하고,
和風淸穆. 부드러운 바람은 맑고 온화했다.
紛紛士女, 많은 남녀들이,
趨時競逐, 때에 맞춰 다투어 따라나섰으니,
桑婦宵興, 뽕 따는 여인들은 어두울 때 일어났고,
農夫野宿. 농부들은 들에서 잤다.
氣節易過, 절기는 쉽게 지나가고,
和澤難久. (봄의)온화함과 (비의)적셔줌은 오래가기 어렵네.
冀缺携儷, 기결은 아내를 데리고 들에 나갔고,
沮溺結耦. 정저와 걸익은 짝을 지어 밭을 갈았다.
相彼賢達, 저 현명하고 통달한 사람들을 보아도,
猶勤壟畝, 오히려 논밭에서 힘썼는데,
矧伊衆庶, 하물며 우리 뭇 백성들이,
曳裾拱手. 옷자락을 끌며 팔짱 끼고 있을 것인가.
民生在勤, 사람의 생계는 근면에 달려 있으니,
勤則不遺. 근면하면 결핍되지 않는다고 하였지.
宴安自逸, 편안히 지내며 그냥 놀기만 하면,
歲暮奚冀. 세모에 무엇을 기대하랴.
儋石不儲, 한두 섬도 쌓아 놓지 않았으니,
飢寒交至. 굶주림과 추위가 함께 이르리.
顧余儔列, 돌아보건대 우리 백성들이,
能不懷愧.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孔耽道德, 공자는 도덕을 심히 좋아하여,
樊須是鄙, 번수를 비루하다고 하였고,
董樂琴書, 동중서는 거문고와 책을 즐겨,
田園不履. 전원을 밟지도 않았지.
若能超然, 만약 크게 뛰어나서,
投迹高軌, 높은 경지에 자취를 남길 수 있다면,
敢不斂衽, 감히 옷깃을 여미고,
敬贊德美. 덕의 아름다움을 경건하게 찬미하지 않으랴.
출처: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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