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자(命子)」
도연명(陶淵明)
❖-해제
‘「명자(命子)」’는 ‘아들에게 자(字)를 지어 준다. 라는 뜻으로,
장자인 도엄(陶儼)이 20세가 되어 관례(冠禮)를 행하고
구사(求思)라는 자를 지어 주면서 쓴 시이다.
장자가 성년이 되는 상황에서 훌륭한 조상들이 이루었던
공적을 계승하여 자신이 이루지 못한 포부를
이루기를 바라고 당부한 내용이다.
❖- 역주
悠悠我祖, 아득한 우리 조상은,
爰自陶唐. 요임금으로부터 비롯되었다.
邈焉虞賓, 멀리는 순임금의 빈객이었고,
歷世重光. 세대를 지나며 거듭 빛났지.
御龍勤夏, 어룡씨는 하(夏)나라에 봉사했고,
豕韋翼商. 시위씨는 상(商)나라를 도우셨다.
穆穆司徒, 훌륭하신 사도 도숙(陶叔)시기에,
厥族以昌. 우리 종족이 번창하였지.
紛紛戰國, 어지럽던 전국시대는,
漠漠衰周. 적막하게 쇠약해진 주나라였지.
鳳隱於林, 봉황은 숲에 숨었고,
幽人在丘. 은자는 산에 있었다.
逸虯遶雲, 날쌘 규롱은 구름을 어지럽히고,
奔鯨駭流. 달리는 고래는 물결을 놀라게 하였지.
天集有漢, 하늘이 한나라를 이루어 주고,
眷余愍侯. 우리 민후 도사(陶舍)를 돌봐주셨다.
於赫愍侯, 아 빛나는 민후시여,
運當攀龍. 운수가 용을 잡고 오르게 되셨지.
撫劍風邁, 검을 잡고 바람처럼 내달리며,
顯玆武功. 이 무공을 드러내시었다.
書誓山河. (한고조께서)산과 강에 맹세를 쓰니,
啓土開封. 개봉에 봉지를 여시게 되었다.
亹亹丞相, 힘쓰신 승상 도청(陶靑)이시여,
允迪前蹤. 진실로 부친의 발자취를 따르셨다.
渾渾長源, 세차게 흐르는 긴 근원이요,
蔚蔚洪柯. 무성한 큰 나무로다.
群川載導, 여러 강들이 여기에서 인도되고,
衆條載羅. 많은 가지들이 여기에서 퍼졌다.
時有語黙, 때때로 나섬과 물러남이 있었고,
運因隆窊. 운도 따라서 오르내렸지.
在我中晉, 우리 동진 시기에,
業融長沙. 공적이 장사공에게서 빛났지.
桓桓長沙, 헌걸찬 장사공이시여,
伊勳伊德. 공을 이루시고 덕을 세우셨다.
天子疇我, 천자께서 우리 장사공께 자문하심에,
尊征南國. 독단하여 남부 지방을 정벌하셨다.
功遂辭歸, 공이 이루어지자 하직하고 물러나시니,
臨寵不忒. 총애를 받아도 어그러짐이 없었다.
孰謂斯心, 누가 일러 이러한 마음을,
而近可得. 요즈음에 얻을 수 있다고 하겠는가.
肅矣我祖, 엄숙하셨던 우리 조부께서는,
愼終如始, 마지막을 조심하기를 처음처럼 하시어,
直方三臺, 곧고 바름이 여러 관서에 알려지고,
惠和千里. 은혜는 천 리를 화합하셨네.
於皇仁考, 아! 어지셨던 선친께서는,
淡焉虛止. 담담하게 마음을 비우고 고요하셨네.
寄跡風雲, 벼슬길에 자취를 맡기기도 하셨으나,
冥玆慍喜. 이 섭섭함과 기뻐함에 초연하셨지.
嗟余寡陋, 아! 나는 덕이 없고 고루하여,
瞻望弗及. 우러러보아도 미칠 수가 없구나.
顧慙華鬢, 다만 허연 귀밑머리에 부끄러워져,
負影隻立. 그림자를 뒤로 하고 홀로 서 있다.
三千之罪, 삼천 가지 죄 가운데,
無後爲急. 후사 없는 것이 가장 다급한 것이라 했지.
我誠念哉, 내가 진실로 염원하였더니,
呱聞爾泣. ‘와’하는 너의 우는 소리 듣게 되었다.
卜云嘉日, 거북점에 좋은 날이라 하였고,
占亦良時. 점괘에도 좋은 때라 하였지.
名汝曰儼, 너를 ‘엄’이라고 이름 지었으니,
字汝求思. 너에게 ‘구사’라고 자를 지어 준다.
溫恭朝夕, 아침저녁으로 온화하고 공손할 것이니,
念玆在玆. 이것을 생각하고 여기에 마음 둘지어다.
尙想孔伋, 위로 공급을 생각하면서,
庶其企而. 미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厲夜生子, 문둥이가 밤에 아이를 낳고,
遽而求火. 서둘러서 불을 찾았다지.
凡百有心, 모든 이가 그런 마음 가지고 있으니,
奚特於我. 어찌 홀로 나만이 그렇겠느냐.
旣見其生, 이미 네가 태어난 것을 보았으니,
實欲其可. 실로 네가 잘되기를 바랐다.
人亦有言, 사람들이 또한 한 말이 있듯이,
斯情無假. 이 심정엔 거짓이 없단다.
日居月諸, 세월이 지나면서,
漸免於孩. 점차 어린아이를 벗어났지.
福不虛至, 복은 그냥 오지 않지만,
禍亦易來. 화는 역시 쉽게 닥친다.
夙興夜寐,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자리에 들어,
願爾斯才. 네가 인재가 되기를 원한다.
爾之不才, 네가 인재가 되지 못한다 해도,
亦已焉哉. 또한 그만일 뿐이지만.
출처: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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