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에게 시집간 누이동생에 대한 제문
「제정씨매문(祭程氏妹文)」
❖-해제
본문의 서두에서‘진(晉)나라 의희(義熙)3년(407년)5월’이라고
날짜를 밝혔듯이 도연명 43세에 지은 글이다.
형제간의 복제(服制)인 대공(大功)9개월의 2주기를 맞아
누이동생을 추모한 제문이다.
그 내용은 먼저 어려서 함께 자라던 추억을 회상하며
고인과의 돈독했던 우애를 밝히고 있다.
다음으로 고인의 훌륭한 성품을 칭송하고 남아 있는
자식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피력하였다.
끝으로 저승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 역주
維晉義熙三年, 진나라 의희 3년,
五月甲辰. 5월 갑진일에,
程氏妹服制再周, 정씨에게 시집간 누이동생의 복제가 재차 돌아오니,
淵明以少牢之奠, 나는 소뢰의 제물로,
俛而酹之. 머리 숙여 술을 붓노라.
鳴呼哀哉. 아아! 슬프도다.
寒往暑來, 추위가 가고 더위가 오면서,
日月寢疏. 세월이 점차 멀어졌구나.
梁塵委積, 들보 위의 먼지는 쌓여 있고,
庭草荒蕪. 정원의 풀들도 거칠어졌다.
寥寥空室, 쓸쓸한 빈방에,
哀哀遺孤. 슬프구나, 남겨진 고아들,
肴觴虛奠, 안주와 잔은 헛되이 차려져 있는데,
人逝焉如. 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갔는가.
誰無兄弟, 누군들 형제가 없으리오,
人亦同生, 남들도 동기간이 있지만,
嗟我與爾, 오직 나와 너만은,
特百常情. 특히 보통 사람의 정보나 백배는 되리라.
慈妣早世, 자애롭던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時尙孺嬰, 그때는 아직 어린아이로서,
我年二六, 나는 나이가 열두 살이었고,
爾纔九齡. 너는 겨우 아홉 살이었지.
爰從靡識, 바로 식견이 없을 때로부터,
撫髫相成. 머리 어루만지며 함께 컸지.
咨爾令妹, 아! 너 착한 누이동생이여,
有德有操, 덕을 지니고 지조를 지녔으며,
靖恭鮮言, 정숙하고 공손하여 말이 적었고,
聞善則樂. 착한 일을 들으면 좋아했지.
能正能和, 매우 반듯 하였고 매우 온화하였으며,
惟友惟孝. 아주 우애로웠고 아주 효성스러웠지.
行止中閨, 규중에서 행동하는 것은,
可象可傚. 모범이 될 만하였고 아주 효성스러웠지.
我聞爲善, 내가 듣기에 선한 일을 하면,
慶自己蹈, 복은 스스로 받는다고 했는데,
彼蒼何偏, 저 푸른 하늘은 어찌 치우쳐서,
而不斯報. 이런 사람에게 보답하지 않았는가.
昔在江陵, 옛날 강릉에서,
重罹天罰. 거듭 천벌을 만났는데,
兄弟索居, 형제가 떨어져 살아,
乖隔楚越, 서로 갈라진 것이 초나라와 월나라 사이 같았으니,
伊我與爾, 나와 너는,
百哀是切. 온갖 슬픔이 절실했었지.
黯黯高雲, 어둡게 높은 구름이 덮인 듯하고,
蕭蕭冬月, 쓸쓸한 겨울철 같으며,
白雲掩晨, 흰 구름이 새벽을 덮은 듯하고,
長風悲節. 큰 바람이 슬픈 계절에 부는 듯하구나.
感惟崩號, 느낌이 복받쳐 가슴 아프게 통곡하니,
興言泣血. 슬픔이 일어나 피눈물이 나는구나.
尋念平昔, 깊이 옛날을 생각하니,
觸事未遠, 마주치는 일마다 멀지 않고,
書疏猶存, 편지글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
遺孤滿眼. 남겨진 고아들은 눈에 가득하구나.
如何一往, 어찌하여 한번 가서는
終天不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가.
寂寂高堂, 적막한 높은 집을,
何時復踐. 언제나 다시 밟아 보겠는가.
藐藐孤女, 어린 고아가 된 딸들은,
曷依曷恃, 누구를 의지하고 누구를 믿겠으며,
煢煢遊魂, 외롭게 떠도는 혼백은,
誰主誰祀. 누가 주관하고 누가 제사 지내리오.
奈何程妹, 어찌하나 정씨누이동생이여,
于此永已. 이제는 영원히 끝이로다.
死如有知, 죽어서도 만약 지각이 있다면,
相見蒿里. 저승에서 서로 만나자.
鳴呼哀哉. 아아! 슬프도다.
출처: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
'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묘세십이월중작여종제경원(癸卯歲十二月中作與從弟敬遠)」도연명(陶淵明) (0) | 2024.09.05 |
---|---|
사촌동생 경원에 대한 제문「제종제경원문(祭從弟敬遠文)」 (0) | 2024.09.05 |
「명자(命子)」도연명(陶淵明) (1) | 2024.09.04 |
「책자(責子)」도연명(陶淵明) (0) | 2024.09.04 |
아들 엄 등에게 주는 글「여자엄등소(與子儼等疏)」 (1) | 2024.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