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사촌동생 경원에 대한 제문「제종제경원문(祭從弟敬遠文)」

노년의 인생 2024. 9. 5. 00:09

사촌동생 경원에 대한 제문

「제종제경원문(祭從弟敬遠文)」

 

❖-해제

경원은 도연명보다 16세 연하였던 사촌동생으로,

동진 안제 의희(義熙)7년(411년)에 31세의 나이로 죽었다.

이 글은 경원이 죽어 안장할 때 지은 제문이다.

내용의 구성은 먼저 고인의 훌륭했던 생전 행실들을 칭송하고 있다.

이어서 자신과 함께 했던 여러 일화를 들면서 애도의 마음을

더욱 간절하게 나타내고 있다.

끝으로 슬픔의 눈물을 머금고 제문을 지어 영결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 역주

歲在辛亥, 해는 신해년(411년),

月惟仲秋, 달은 9월,

旬有九日, 19에,

從弟敬遠, 사촌동생 경원이여,

卜辰云窆, 날을 택해 하관(下棺)하니,

永寧后土. 지하에서 영원히 편안하시라.

感平生之遊處, 평소(함께) 노닐던 곳에 느낌이 일고,

悲一往之不返, 한번 감에 돌아오지 못함이 슬프구나,

情惻惻以催心, 눈물이 애달프게 두 눈에 가득하네,

淚愍愍而盈眼. 눈물이 애달프게 두 눈에 가득하네.

乃以園果時醪, 이에 동산의 과일과 제때에 빚은 술로,

祖其將行. 그의 장차 떠남을 전별한다.

鳴呼哀哉. 아아! 슬프도다.

於鑠吾弟, 아 훌륭한 내 동생은,

有操有槪, 지조를 지니고 기개를 지녔으며,

孝發幼齡, 효도는 어린 나이로부터 실천했고,

友自天愛. 우애는 타고난 사랑에서 비롯되었네.

少思寡慾, 생각을 적게 하고 욕심을 줄여,

靡執靡介, 고집이 없었고 독선도 없었지,

後己先人, 자기를 뒤로 하고 남을 앞세웠으며,

臨財思惠. 재물을 대하면 베풀 것을 생각했네.

心遺得失, 마음은 이해관계를 잊었고,

情不依世. 감정은 세속을 따르지 않았지.

其色能溫, 그의 안색은 온화하였고,

其言則厲. 그의 말은 엄격하였지.

樂勝朋高, 훌륭한 이를 좋아하고 고상한 이를 벗하였으며,

好是文藝. 이렇듯 글 짓는 것을 좋아하였네.

遙遙帝鄕, 아득한 신선 세계가,

爰感奇心, 이에 뛰어난 마음을 감동시켜,

絶粒委務, 곡식을 끊고 세상사를 버렸으며,

考槃山陰. 산의 북쪽에서 은거하였지.

淙淙懸溜, 소리치는 폭포며,

曖曖荒林. 어둑어둑한 거친 숲에서.

晨採上藥, 새벽에는 선약(仙藥)을 뜯고,

夕閑素琴. 저녁에는 소박한 거문고를 익혔지.

曰仁者壽, ‘어진 사람은 장수한다.’는 말을,

竊獨信之, 나름대로 홀로 믿었더니,

如何斯言, 어찌하여 이 말에,

徒能見欺. 부질없이 속을 수 있었는가.

年甫過立, 나이 겨우 삼십을 넘기고,

奄與世辭, 갑자기 세상과 하직하여,

長歸蒿里, 영원히 지하로 돌아가니,

邈無還期. 아득히 돌아올 기약 없구나.

惟我與爾, 오직 나와 너는,

匪但親友, 단지 가깝고 우애로웠을 뿐 아니라,

父則同生, 아버지는 형제간이며,

母則從母. 어머니는 자매간이었지.

相及齠齗, 서로 어린아이일 때에,

竝罹偏咎, 모두가 한쪽 상을 당하였으니,

斯情實深, 이에 감정은 진실로 깊어지고,

斯愛實厚, 이에 사랑은 진실로 두터워졌지.

念彼昔日, 저 옛날을 생각해 보니,

同房之歡, 방을 같이 쓰며 살던 기쁨에,

冬無縕葛, 겨울에는 거친 베옷도 없고,

夏渴瓢簞, 여름에는 한 바가지 물과 한 그릇 밥도 간절했으나,

相將以道, 서로 도리로 이끌어 주고,

相開以顔. 서로 기쁜 안색으로 대했지.

豈不多乏, 어찌 궁핍함이 많지 않았으리오만,

忽忘飢寒. 홀연 굶주림과 추위도 잊었었지.

余嘗學仕, 내가 일찍이 벼슬길에 나섰다가,

纏緜人事, 세상사에 묶여,

流浪無成, 떠돌면서 이룬 것 없어,

懼負素志. 평소의 뜻을 저버릴까 두려워했지.

斂策歸來, 채찍을 거두고 돌아오자,

爾知我意, 너는 나의 뜻을 알아주어,

常願携手, 항상 함께하길 바랐으며,

寘彼衆議. 저 세속의 논의는 버려두었지.

每憶有秋, 매번 가을 풍년이 들었을 때를 생각하니,

我將其刈, 내가 장차 수확하려고 하면

與汝偕行, 너와 함께 떠나,

舫舟同濟. 방주로 같이 물을 건넜지.

三宿水濱, 삼일 동안 물가에서 자며,

樂飮三界, 시냇가에서 즐겁게 술을 마셨지.

靜月澄高, 고요한 달이 맑게 솟아오르고,

溫風始逝, 따뜻한 바람이 막 떠나갈 때,

撫杯而言, 잔 잡고 말하기를,

物久人脆. “만물은 장구한데 사람은 취약하다.”라고 하였지만,

奈何吾弟, 어찌하여 내 동생은,

先我離世. 나보다 앞서 세상을 떠났는가.

事不可尋, 옛일 찾을 수 없는데,

思亦何極. 생각은 또한 어찌 이리 끝이 없는가.

一徂月流, 해와 달은 가고,

寒暑代息, 추위와 더위가 바뀜에,

死生異方, 죽음과 삶이 장소를 달리하니,

存亡有域. 남아 있고 없음에 영역이 있구나.

候晨永歸, 때를 기다려 영원히 돌아가니,

指塗載陟. 길을 향하여 오른다.

呱呱遺稚, 앙앙 우는 남겨진 어린것들은,

未能正言. 아직 제대로 말할 줄도 모르는구나.

哀哀嫠人, 슬퍼하는 미망인은,

禮儀孔閑. 예절에 매우 익숙하구나.

庭樹如故, 뜰의 나무는 옛날 그대로인데,

齋宇廓然. 살던 집은 텅 비어 버렸네.

孰云敬遠. 누가‘경원(敬遠)’이라고 하였는가.

何時復還. 어느 때 다시 돌아오려나.

余惟人斯, 나 또한 사람이라,

昧玆近情. 이렇듯 가까운 정에 눈이 어둡도다.

蓍龜有吉, 점쳐서 길일을 얻어,

制我祖行. 나의 전별의 제문을 얻어,

望旐翩翩, 만장이 나부끼는 것을 바라보고,

執筆涕盈. 붓을 드니 눈물이 가득하구나.

神其有知, 혼백이여 혹시 지각이 있거든,

昭余中誠. 나의 마음속 진정을 알아주소서.

鳴呼哀哉. 아아! 슬프도다.

출처: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