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엄 등에게 주는 글
「여자엄등소(與子儼等疏)」
❖-해제
진(晉) 의희(義熙) 3년(407년), 도연명 51세에 지었다.
글의 구성은 먼저 자신의 생애 역정과 평소에 가졌던 뜻을 회고하고 있다.
다음으로 친구 간에 우정이 돈독했던 이들이나 형제간에 우애가 깊었던 이들의
전례를 들어, 다섯 아들에게 이들을 본받아 우애할 것을 바라고 훈계하고 있다.
‘소(소)’는 문체의 이름으로 도리를 설명하거나 분석하는 방식의 문장이다.
❖- 역주
告儼俟份佚佟. 엄(儼). 사(俟),빈(份), 일(佚),동(동)에게 알린다.
天地賦命, 천지가 생명을 내려 줌에,
生必有死.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다.
自古聖賢, 옛날부터 성현이라도,
誰能獨免. 누가 홀로 벗어날 수 있었던가.
子夏有言, 자하가 말하기를,
死生有命, “죽고 사는 것은 명이 있고,
富貴在天.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라고 하였다.
四友之人, (공자의 제자였던)네 사람은,
親受音旨, 직접 공자의 말씀과 뜻을 받들었으니,
發斯談者, 이 말을 낸 것은,
將非窮達不可外求, 아마도 빈궁과 영달은 분수 이상으로 구할 수 없고,
壽夭永無外請故也. 장수와 요절도 끝내 분수 이상으로는 청할 수 없기 때문에 아니었겠느냐.
吾年過五十, 내가 나이 오십이 넘었는데,
少而窮苦, 젊어서는 곤궁하였고,
每以家弊, 매번 집안이 피폐하여,
東西遊走. 동서로 떠돌아다녔다.
性剛才拙, 성정은 강직하고 재능은 변변치 못하여,
與物多忤. 남과 어긋남이 많았다.
自量爲己, 스스로 나의 됨됨이를 헤아려 보니,
必貽俗患, 반드시 속세의 재난을 남길 것이라서,
僶俛辭世, 힘써 세상을 버려,
使汝等幼而飢寒. 너희들로 하여금 어려서부터 굶주리고 춥게 하였다.
余嘗感儒仲賢妻之言, (그러나)내가 일찍이 유중의 훌륭한 아내의 말에 감동한 적이 있으니,
敗絮自擁, 해진 솜옷을 직접 두르고 있은들,
何慙兒子. 어찌 아이들에게 부끄럽겠는가.
此旣一事矣. 이것이 이미(유중과)같은 일이 되었구나.
但恨隣靡二仲, 다만 이웃에 구중(求仲), 양중(羊仲) 같은 친구가 없고,
室無萊婦. 집에는 노래자(老萊子)의 부인 같은 아내가 없음이 한스럽다.
抱玆苦心, 이 고통스러운 마음을 갖게 되니,
良獨內愧. 진실로 혼자서 내심 부끄럽다.
少學琴書, 어려서부터 거문고와 책을 배웠고,
偶愛閒靜. 우연히 한 적합과 조용함을 좋아하게 되었다.
開卷有得, 책을 펼쳐 보다가 터득하는 것이 있으면,
便欣然忘食. 곧 기뻐하며 밥 먹는 것도 잊었다.
見樹木交蔭, 나무들이 교대로 그늘을 만들고,
時鳥變聲, 철새들이 소리를 달리함을 보고,
亦復歡然有喜. 또한 즐거워서 기뻐함이 있었다.
常言, 항상 하는 말에,
五六月中, 오뉴월 중에,
北窓下臥, 북쪽 창 아래에 누워,
遇凉風暫至, 시원한 바람이 잠시 불어오게 되면,
自謂是羲皇上人. 스스로 이르기를,‘복희(伏羲)시대 이전사람’이라고 하였다.
意淺識罕, 뜻은 옅고 식견은 적지만,
謂斯可以保. 이 말이 간직할 만하다고 여겼다.
日月遂往, 세월이 마침내 가서,
機巧好疎, 기심(機心)과 교심(巧心)이 아주 드물어졌으나,
緬求在昔, 멀리 옛날을 추구해 봄에,
眇然如何. 아득 아니 어쩌겠는가.
病患以來, 병든 이래,
漸就衰損. 점차 쇠약하고 손상되어 가자.
親舊不遺, 친구들이 버리지 않고,
每以藥石見求, 매번 약으로 구해 주지만,
自恐大分將有限也. 스스로는 수명이 장차 한계가 있을 것이 두렵구나.
汝穉小家貧, 너희들은 어린데 집은 가난하여,
每役柴水之勞, 매번 나무하고 물 긷는 노고를 하고 있으니,
何時可免. 언제나 벗어날 수 있겠는가.
念之在心, 마음속에 이것을 생각하니,
然汝等雖不同生, 그러나 너희들이 비록 한 어머니의 태생은 아니라도,
當思四海皆兄弟之義. 마땅히 사방의 사람들이 모두 형제라는 끗을 생각해야 한다.
鮑叔管仲, 포숙아와 관중은,
分財無猜, 재물을 나누면서 의심이 없었고,
歸生伍擧, 귀생과 오거는,
班荊道舊. 싸리나무를 깔고 앉아 옛정을 말하였다.
遂能以敗爲成, 마침내 실패를 가지고 성공으로 만들었고,
因喪立功. 도망을 계기로 공적을 세웠지.
他人尙爾, 남들도 오히려 이러한데,
況同父之人哉. 하물며 아버지를 같이하는 형제간임에랴.
潁川韓元長, 영천의 한원장은,
漢末名士, 한나라 말기의 명사로,
身處卿佐, 몸이 집정대신의 자리에 있었고,
八十而終, 팔십이 되어 죽었는데,
兄弟同居, 형제들이 함께 살면서,
至於沒齒. 수명이 다할 때까지 이르렀다.
濟北氾穉春, 제북의 범치춘은,
晋時操行人也. 진(晋)나라 시기에 행실을 조심했던 선비이다.
七世同財, 7대에 걸쳐 재물을 함께 하였으나,
家人無怨色. 부인들이 원망하는 기색이 없었다.
詩曰, 『시경』에 이르기를,
高山仰止, “높은 산은 우러르고,
景行行止. 큰길은 걸어간다.”라고 하였다.
雖不能爾, 비록 잘 할 수는 없더라도,
至心尙之. 지극한 마음으로 이것을 숭상할 것이다.
汝其愼哉, 너희들은 바라건대 삼가 행할 것이니,
吾復何言. 내가 다시 무엇을 말하겠는가.
출처: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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