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묘세십이월중작여종제경원(癸卯歲十二月中作與從弟敬遠)」도연명(陶淵明)

노년의 인생 2024. 9. 5. 09:03

「계묘세십이월중작여종제경원(癸卯歲十二月中作與從弟敬遠)」

도연명(陶淵明)

 

❖-해제

403년[동진 안제 원흥(元興)2년] 도연명은 나이 39세에 모친상을 당했다.

이때 거상(居喪)하던 중 상황과 심사를 읊어 사촌동생 경원에게 준 시이다.

가난하게 살면서 추운 세모를 맞아 옛 현인들이 곤궁할 때 지녔던 절개를 본받아

뜻을 변치 않을 것이니, 경원이 이 심정을 알아 줄 것을 바란다는 내용이다.

8년 후인 411년[동진 안제 의희(義熙)7년]에 우애가 깊고 뜻이 맞았던 동생 경원이

먼저 죽었는데, 그 심정은 「제종제경원문(祭從弟敬遠文)」에 잘 드러나 있다.

 

❖- 역주

寢迹衡門下, 가로 막대 문 아래에 자취를 감추니,

邈與世相絶. 아득히 속세와는 단절되었다.

顧眄莫誰知, 둘러보니 누구도 아는 이 없고,

荊扉晝常閉. 사립문은 낮에도 항상 닫혀 있다.

凄凄歲暮風, 싸늘하게 세모의 바람이 일더니,

翳翳經日雪. 어둑어둑하게 하루 종일 눈이 내린다.

傾耳無希聲, 귀 기울여도 희미한 소리조차 없는데,

在目皓已潔. 눈앞은 하얗게 이미 순백이 되었다.

勁氣侵襟袖, 세찬 기운은 옷깃과 소매로 파고 드는데,

簞瓢謝屢設. 밥 한 그릇과 물 한 바가지도 자주 차리지 못한다.

蕭索空宇中, 쓸쓸한 빈 집에,

了無一可悅. 아예 기뻐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歷覽千載書, 두루 천 년의 책을 살피면서,

時時見遺烈. 때때로 남겨진 절개를 본다.

高操非所攀, 높은 지조는 잡고 오를 바가 아니나,

謬得固窮節. 나름대로 곤궁에 굳센 절개는 얻었다.

平津苟不由, 평탄한 길을 비록 따르지 못하지만,

栖遲詎爲拙. 은거해 사는 것이 어찌 졸렬하겠는가.

寄意一言外, 한마디 말 이외에 뜻을 보내니,

玆契誰能別. 이 합치됨을 누가 분별할 수 있겠는가.

출처: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