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破 鏡

노년의 인생 2013. 7. 2. 19:04

 

破 鏡
(깨뜨릴 파, 거울 경)

 깨진 거울.

부부간에 금슬이 좋지 않아 이별을 하거나 이혼하는 것을 비유.




남북조(南北朝) 시대 남조의 마지막 왕조인 진(陳)이 망하게 되

었을 때, 태자사인(太子舍人)이었던 서덕언(徐德言)은 수나라 대

군이 양자강 북쪽 기슭에 도착하자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아내

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사태는 예측을 불허하오. 이 나라가 망하게 되면 그대는 얼굴과

 재주가 남달리 뛰어나므로 반드시 적의 수중으로 끌려가 어느

 귀한 집으로 들어가게 될 거요. 그렇게 되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없겠지. 그러나 혹시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지 누가 알겠소? 그

럴 경우를 위해..."

그는 곁에 있던 거울을 둘로 쪼개어 한쪽을 아내에게 주며 다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가 정월 보름날 시장에서 유심히

 살피시오. 만일 내가 살아 있다면 그날 서울을 찾아 갈 테니."

 
두 사람은 깨어진 거울 반쪽씩을 각각 품속 깊숙이 간직하고 헤

어졌다. 얼마 안 있어 수나라 대군이 강을 건너자 진나라는 곧

 망하고 서덕언의 아내는 적에게 붙잡혀 수나라 서울로 가게 되었다.
 
그녀는 진나라 마지막 황제였던 후주(後主)의 누이동생으로
 
낙창공주(樂昌公主)에 봉해졌다.
 
그리하여 그녀는 수문제(隋文帝)의 오른팔로 건국 제일공신인 월

국공(越國公) 양소(楊素)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한편 서덕언은 난리 속에 겨우 몸만 살아남아 밥을 얻어먹으며 1

년이 걸려 서울 장안으로 올라왔다. 약속한 정월 보름날 시장으

로 가보니, 깨진 반쪽 거울을 들고 소리 높이 외치는 사나이가있었다.

"자아, 거울을 사시오. 단돈 10금(十金)이오. 누구 살 사람 없소?"

 

거져 주어도 싫다고 할 깨진 반쪽 거울을 10금이나 주고 살 사람

이 어디 있겠는가? 지나가는 사람들은 미친놈이라면서 비웃기만


 했다. 그런데 한 사나이가 다가와서 말했다.

"내가 사겠소."

서덕언은 사나이를 자기 숙소로 데리고 가서 거울에 얽힌 사연을

 모두 이야기한 다음 품속에 간직하고 있던 거울을 꺼내어 사나

이가 가지고 있는 다른 한쪽과 맞붙여 보았다.

거울은 둥글 게 하나로 맞추었다. 서덕언은 다시 하나로 합쳐진

 거울 뒤에 다음과 같은 시를 한 수 적었다.


거울은 사람과 더불어 함께 가더니(鏡與人俱去)

거울만 돌아오고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구나(鏡歸人不歸)

다시 항아의 그림자는 없이(無復姮娥影)

헛되이 밝은 달빛만 멈추누나(空留明月輝)


심부름 갔던 사나이가 가지고 돌아온 거울을 본 서덕언의 아내는

 그 뒤로 침식을 폐하고 울기만 할 뿐이었다.

이 사실을 알 게 된 앙소는 두 사람의 굳은 사랑에 감동되어 즉

시 서덕언을 불러 그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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