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走筆謝孟諫議新茶(盧仝) 붓 가는대로 맹간의의 새 차에 감사드림

노년의 인생 2024. 8. 13. 10:13

走筆謝孟諫議新茶(盧仝) 붓 가는대로 맹간의의 새 차에 감사드림

 

日高丈五睡正濃(일고장오수정농) 해는 한 발이나 높이 솟았어도 잠은 마냥 깊은데,

軍將扣門驚周公(군장구문경주공) 군의 장교가 문을 두드리어 주공 꿈에서 놀라 깨게 하네.

口傳諫議送書信(구전간의송서신) 말하기를 간의께서 편지를 보내왔다는데,

白絹斜封三道印(백견사봉삼도인) 흰 비단으로 비스듬히 봉하고 세 개의 도장이 찍히었네.

開緘宛見諫議面(개함완현간의면) 봉함을 열자 완연히 간의의 얼굴 보는 듯하고,

首閱月團三百片(수열월단삼백편) 달처럼 둥근 삼백 편의 차가 눈에 띄네.

聞道新年入山裏(문도신년입산리) 듣건대 새해 기운이 산속으로 들어가서,

蟄蟲驚動春風起(칩충경동춘풍기) 동면하던 벌레 놀라 움직이게 하고 봄바람을 일으키니,

天子須嘗陽羨茶(천자수상양선차) 천자께서 반드시 양선의 차를 맛보셔야 할 것이라,

百草不敢先開花(백초불감선개화) 온갖 풀조차 감히 먼저 꽃피우지 못하네.

仁風暗結珠蓓蕾(인풍암결주배뢰) 어진 바람이 살며시 구슬 같은 꽃봉우리 맺게 하니,

先春抽出黃金芽(선춘추출황금아) 봄에 앞서 황금색 싹을 내미네.

摘鮮焙芳旋封裹(적선배방선봉과) 신선한 싹을 따서 향기롭게 구워낸 다음 곧 싸서 봉하니,

至精至好且不奢(지정지호차불사) 지극히 정성되고 지극히 훌륭하지만 사치스럽지는 않네.

至尊之餘合王公(지존지여합왕공) 천자께서 드신 나머지 차는 왕공 귀족들에게나 합당한 것인데,

何事便到山人家(하사변도산인가) 어쩐 일로 이 산사람의 집에 오게 되었는가?

柴門反關無俗客(시문반관무속객) 사립문 닫아놓고 속된 손님이란 없고,

紗帽籠頭自煎喫(사모농두자전끽) 사모로 머리 감싸고 스스로 차 끓여 마시네.

碧雲引風吹不斷(벽운인풍취부단) 푸른 구름 같은 차 김은 바람을 끌여들여 끊임없이 불어오고,

白花浮光凝碗面(백화부광응완면) 흰 꽃 같은 차 거품은 빛을 띠우며 찻잔 표면에 엉기네.

一碗喉吻潤(일완후문윤) 첫째 잔은 목과 입술을 적셔주고,

二碗破孤悶(이완파고민) 둘째 잔은 외로운 시름을 깨쳐주고,

三碗搜枯腸(삼완수고장) 셋째 잔은 메마른 창자를 풀어주어,

惟有文字五千卷(유유문자오천권) 그 배 속엔 5천 권의 지식만 남게되네.

四碗發輕汗(사완발경한) 넷째 잔은 가벼운 땀을 나게 하여,

平生不平事(평생불평사) 평생에 불평스러웠던 일들을,

盡向毛孔散(진향모공산) 모두 털구멍 통해 흩어져 나가게 한다네.

五碗肌骨淸(오완기골청) 다섯째 잔은 살갗과 뼈 맑게 해주고,

六碗通仙靈(육완통선령) 여섯째 잔은 신선 신령에 통하게 해주네.

七碗喫不得(칠완끽부득) 일곱째 잔은 마실 것도 없으니,

也唯覺兩腋(야유각양액) 이때 양편 겨드랑이에 나래가 나서

習習淸風生(습습청풍생) 청풍을 일으키며 신선이 됨을 깨닫게 되네.

蓬萊山在何處(봉래산재하처) 봉래산은 어디에 있는고?

玉川子乘此淸風欲歸去(옥천자승차청풍욕귀거) 나 옥천자는 이 맑은 바람 타고 돌아가고자 하네.

山上群仙司下土(산상군선사하토) 봉래산 위의 여러 신선들이 이 아래 땅을 다스리지만,

地位淸高隔風雨(지위청고격풍우) 그들 자리가 맑고 높아 세상 비바람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니,

安得知百萬億蒼生(안득지백만억창생)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억만 인간들이,

命墮顚崖受辛苦(명타전애수신고) 높은 벼랑에서 떨어져 고통 받고 있음을.

便從諫議問蒼生(변종간의문창생) 그러니 간의에게 인간들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到頭合得蘇息否(도두합득소식부) 마침내 그들이 되살아나게 될 수 있을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