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의 대한 제문
「자제문(自祭文)」
도연명(陶淵明)
❖-해제
도연명은 427년[남조 송(宋)문제(文帝)원가(元嘉)4년]11월에,
63세로 죽었다.
이 글은 도연명이 죽지 두 달 전인 그해 9월에 자신에 대해 쓴 제문이다.
죽음에 가까워지면서 자신을 객관화시켜 놓고 자기 일생과 죽음의
문제를 조망한 글이다.
자연에서 와서 그 일부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깨달음과 생사에 대한 초연함이 드러나 있다.
❖- 역주
歲惟丁卯, 해는 정묘년(427)
律中無射, 12율 가운데 무역의 달(9월)에,
天寒夜長, 날씨는 차고 밤은 길며,
風氣蕭索. 바람 기운 쌀쌀하다.
鴻雁于征, 기러기들 날아가고,
草木黃落, 초목은 누렇게 떨어지는데,
陶子將辭逆旅之館, 나는 장파 객사(客舍·이 세상)를 떠나,
永歸于本宅. 영원히 본집(자연)으로 돌아간다.
故人悽其相悲, 친구들은 처량하게 서로 슬퍼하면서,
同祖行於今夕. 이 밤에 함께(나의)떠남을 전별하네.
羞以嘉蔬, 좋은 채소로 제수를 차리고,
薦以淸酌. 맑은 술을 올려주네.
候顔已冥, 얼굴을 바라보니 이미 가물가물하고,
聆音愈漠. 목소리 들어보니 더욱 아득해지네.
鳴呼哀哉. 아아! 슬프도다.
茫茫大塊, 넓고 넓은 대지와
悠悠高旻, 아득한 높은 하늘이,
是生萬物, 만물을 냄에,
余得爲人. 내가 사람으로 태어났네.
自余爲人, 내가 사람으로 태어난 이후,
逢運之貧, 가난한 운수를 만나,
簞瓢屢罄, 한 그릇 밥과 한 바가지 몰도 자주 떨어졌고,
絺綌冬陳, 베옷을 겨울에도 걸치고 지냈으나,
含歡谷汲, 즐거움 간직한 채 골짜기에서 물을 길었고,
行歌負薪. 길에서 노래하면서 나뭇짐을 지었지.
翳翳柴門, 어둑어둑해지는 사립문을 드나들며,
事我宵晨. 일하면서 나는 밤낮을 보냈지.
春秋代謝, 봄가을이 바뀌면서
有務中園, 뜰 가운데 일이 있어,
載耘載耔, 김매고 북돋아 주었으며
逎育逎繁. 가축을 기르고 번식시켰지.
欣以素牘, 독서로 즐거워하고,
和以七絃. 거문고로 화답하였네.
冬曝其日, 겨울에는 햇볕을 쬐고,
夏濯其泉. 여름에는 샘물에서 씻었네.
勤靡餘勞, 힘들어도 남은 피로는 없었고,
心有常閒, 마음에는 한결같은 한가로움이 있었으니,
樂天委分, 천명을 즐기며 분수에 맡겨,
以至百年. 일생을 마치기에 이르렀네.
惟此百年. 이 일생 동안,
夫人愛之, 대개 사람들이 애석해 하는 것은,
懼彼無成, 그들이 이룸이 없을까를 두려워하여,
愒日惜時, 날짜를 서두르고 때를 아껴,
存爲世珍, 살아서는 세상에 진귀하게 여겨지고,
沒亦見思. 죽어서도 또한 잊히지 않는 것이라네.
嗟我獨邁, 아아! 나는 홀로 가면서,
曾是異玆. 일찍이 이런 자들과는 달랐네.
寵非己榮, 총애는 나의 영화가 아니었고,
涅豈吾緇. 물들인들 내가 어찌 검어 지겠는가.
捽兀窮廬, 궁벽한 오두막에서 꼿꼿하게 지내며,
酣飮賦詩. 거나하게 마시고 시를 지었다네.
識運知命, 운수를 알고 천명을 알 나이가 된들,
疇能罔眷. 누가 미련이 없을 수 있겠는가.
余今斯化, 나 이제 세상을 떠나면서
可以無恨. 한스러울 것 없도다.
壽涉百齡, 나이는 백 살을 향했고,
身慕肥遯. 몸은 여유로운 은둔을 그리워하였지.
從老得終, 늙음으로부터 마지막에 이르렀으니,
奚所復戀. 무엇이 다시 연연해하리오.
寒暑逾邁, 추위와 더위가 감에,
亡旣異存, 죽은 자는 이미 남은 자와 달라졌으니,
外姻晨來, 외척들은 새벽에 오고,
良友宵奔. 벗들은 밤에 달려오네.
葬之中野, 들 가운데 매장하여,
以安其魂. 나의 혼백을 안치 시키네.
窅窅我行. 까마득한 나의 떠남이여.
蕭蕭墓門. 쓸쓸한 묘의 입구로다.
奢恥宋臣, 사치함으로는 송나라 사마 환퇴(桓魋)에게 부끄러우나
儉笑王孫. 검소함으로는 양왕손을 비웃네.
廓兮已滅, 아득히 이미 사라졌고,
慨焉已遐. 슬프게 이미 멀어졌구나.
不封不樹, 봉봉도 하지 않고 나무도 심지 않은 채,
日月遂過, 세월이 마침내 가 버릴 텐데
匪貴前譽, 생전의 명예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는데
孰重後歌. 누가 사후의 칭송를 중히 여기겠는가.
人生寶難, 인생살이 진실로 어려운데,
死如之何. 죽으면 어떠할 것인지.
鳴呼哀哉. 아아! 슬프도다.
출처: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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