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시(挽歌詩)」3수
도연명(陶淵明)
❖-해제
「만가시(挽歌詩)」는 도연명이 죽음에 임박했음을 느끼고 죽은 후의
상황을 상상하여 제3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죽음을 애도한 시이다.
제3수의 ‘된서리 내리는 9월 중에’ 라는 구절릉 통해,
연작시는 도연명이 죽기 두 달 전인427년 9월에 지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삶이란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다 역시 자연의 일부로 변해 가는
한 과정일 뿐이라는 순응자연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다.
❖- 역주
제1수
有生必有死, 태어남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고,
早終非命促. 일찍 죽는 것이 명이 짧은 것도 아니다.
昨暮同爲人, 어제저녁에는 똑같이 사람이었는데,
今旦在鬼錄. 오늘 아침에는 귀신 명부에 있구나.
魂氣散何之, 넋과 기운은 흩어져 어디로 가고,
枯形寄空木. 말라버린 몸만 빈 나무에 얹혀 있는가.
嬌兒索父啼,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아버지를 찾으며 울고,
良友撫我哭. 좋은 친구들은 나를 어루만지며 곡한다.
得失不復知, 잘잘못을 다시는 알지 못하니,
是非安能覺. 옳고 그름을 어찌 깨달을 수 있겠나.
千秋萬歲後, 천년만년 지난 후에는,
誰知榮與辱. 누가 영화와 치욕을 알리오.
但恨在世時, 다만 한스러운 것은 세상에 있을 때,
飮酒不得足. 술 마신 것이 넉넉하지 못했던 것뿐이네.
제2수
在昔無酒飮, 옛날에는 마실 술이 없었는데,
今但湛空觴. 지금은 빈 잔이 가득해졌구나.
春醪生浮蟻, 봄에 빚은 술에 거품이 생기는데,
何時更能嘗. 어느 때 다시 맛볼 수 있을까.
肴案盈我前, 안주상은 내 앞에 그득하고,
親舊哭我傍. 친구들은 내 곁에서 곡한다.
欲語口無音, 말하려 해도 입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고,
欲視眼無光. 보려 해도 눈에는 빛이 없구나.
昔在高堂寢, 전에는 높은 집에서 잠들었는데,
今宿荒草鄕. 이제는 거친 풀밭에서 자겠구나.
一朝出門去, 하루아침에 문을 나와 떠나서,
歸來良未央. 돌아왔으니 진실로 끝없는 세계로다.
3수
荒草何茫茫, 거친 풀은 어찌 이리 아득하고,
白楊亦蕭蕭. 백양나무 또한 쓸쓸한가.
嚴霜九月中, 된서리 내리는 9월 중에,
送我出遠郊. 나를 전송하며 먼 교외로 나간다.
四面無人居, 사방에 사람 사는 것은 없고,
高墳正嶣嶤. 높은 봉분들만 그저 솟아있구나.
馬爲仰天鳴, 말은 그래서 하늘 향해 울고,
風爲自蕭條. 바람은 그래서 저절로 쓸쓸하다.
幽室一已閉, 깜깜한 방이 한번 닫혀 버리면,
千年不復朝, 천년토록 다시는 아침이 되지 않으리,
千年不復朝, 천년토록 다시는 아침이 되지 않으리니,
賢達無奈何. 현달한 사람들도 어쩔 수가 없으리라.
向來相送人, 지금까지 나를 전송해 주던 사람들은,
各自還其家.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지.
親戚或餘悲, 친척들은 혹 슬픔이 남아 있겠지만,
他人亦已歌. 다른 사람들은 역시 벌써 노래를 부르겠지.
死去何所道. 죽었는데 무엇을 말하겠는가.
託體同山阿. 몸을 의탁하여 산언덕과 하나가 되었는데.
출처: 도연명 산문집 김창환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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