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四時詞 사시사-허난설헌(許蘭雪軒)

노년의 인생 2025. 3. 4. 13:22

四時詞 사시사-허난설헌(許蘭雪軒)

사계절 노래

 

槐陰滿地花陰薄(괴음만지화음박)

느티나무 그늘이 뜨락에 깔리고 꽃그늘 옅은데

 

玉簟銀床敞珠閣(옥점은상창주각)

대자리 평상에 누각이 시원하네.

 

白苧衣裳汗凝珠(백저의상한응주)

새하얀 모시 적삼엔 구슬 같은 땀방울 엉켰고

 

呼風羅扇搖羅幕(호풍라선요라막)

부채를 부치니 비단 휘장이 하늘거리네.

 

瑤階開盡石榴花(요계개진석류화)

계단의 석류꽃은 피었다가 모두 졌는데

 

日轉華簷簾影斜(일전화첨렴영사)

햇살이 추녀로 옮겨가면서 발그림자도 비꼈네.

 

雕粱晝永燕引雛(조량주영연인추)

대들보에 낮이 길어 제비는 새끼와 놀고

 

藥欄無人蜂報衙(약란무인봉보아)

약초밭 울타리엔 사람이 없어 벌이 장을 보네

 

刺繡慵來午眠重(자수용래오면중)

수놓다가 지겨워 낮잠이 못 이기고

 

錦茵敲落釵頭鳳(금인고락채두봉)

비단방석에 쓰러지며 봉황비녀를 떨구니.

 

額上鵝黃膩睡痕(액상아황니수흔)

이마 위에 땀방울은 잠 잔 자국이 끈적이는데

 

流鸎喚起江南夢(유앵환기강남몽)

꾀꼬리 소리가 강남 꿈을 깨워 일으키네.

 

南塘女伴木蘭舟(남당여반목란주)

남쪽 연못의 벗들은 목란배를 타고

 

采采荷花歸渡頭(채채하화귀도두)

연꽃을 따서 나룻터로 돌아오네.

 

輕橈齊唱采菱曲(경요제창채릉곡)

천천히 노를 저으며 〈채릉곡〉을 부르자

 

驚起波間雙白頭(경기파간쌍백두)

물결사이 갈매기 한 쌍이 놀라서 날아가네.

[출처]許蘭雪軒 詩集 허경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