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時詞 사시사-허난설헌(許蘭雪軒)
사계절 노래
冬
銅壺滴漏寒宵永(동호적루한소영)
구리병 물시계 소리에 차가운 밤은 깊어가는데
月照紗幃錦衾冷(월조사위금금랭)
휘장에 달이 비치니 비단 이불이 싸늘하네.
宮鴉驚散轆轤聲(궁아경산록로성)
궁궐의 갈까마귀는 두레박 소리에 놀라 흩어지고
曉色侵樓窓有影(효색침루창유영)
동이 터오자 다락 창가에 그림자가 어른거리네.
簾前侍婢瀉金甁(렴전시비사금병)
발 앞에서 시녀가 길어온 금병의 물을 쏟으니
玉盆手澁臙脂香(옥분수삽연지향)
대야의 물이 손에는 껄그러워도 연지 분내는 향그럽네.
春山描就手屢呵(춘산묘취수루가)
손을 자주 불면서 눈썹을 그리노라니
鸚鵡金籠嫌曉霜(앵무금롱혐효상)
새장 속의 앵무새가 서리를 싫어하네.
南隣女伴笑相語(남린여반소상어)
이웃집 벗들이 웃으며 말하기를
玉容半爲相思瘦(옥용방위상사수)
옥 같은 얼굴이 님 생각에 핼쓱해졌다네.
金爐獸炭暖鳳笙(금로수탄난봉생)
숯불 핀 화로가 따뜻해 봉황 피리를 불고
帳底美兒薦春酒(장저미아천춘주)
장막 밑의 고아주를 춘주로 바치네.
憑闌忽憶塞北人(빙란홀억새북인)
난간에 기대어 변방의 님을 그리워하니
鐵馬金戈靑海濱(철마금과청해빈)
말 타고 창 잡으며 청해 물가를 달리시겠지.
驚沙吹雪黑貂弊(경사취설흑초폐)
휘몰아치는 모래와 눈보라에 갖옷도 해졌을 테고
應念香閨淚滿巾(응념향규루만건)
향그런 안방을 그리워하며 눈물이 수건에 가득할 테지.
[출처]許蘭雪軒 詩集 허경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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