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四時詞 사시사-허난설헌(許蘭雪軒)

노년의 인생 2025. 3. 4. 13:41

四時詞 사시사-허난설헌(許蘭雪軒)

사계절 노래

 

紗幮寒逼殘宵永(사주한핍잔소영)

비단 휘장으로 추위가 스며들고 아직도 밤이 길게 남았는데

 

露下虛庭玉屛冷(노하허정옥병랭)

텅 빈 뜨락에 이슬이 내려 병풍이 더욱 차가워라 .

 

池荷粉褪夜有香(지하분퇴야유향)

연꽃 시들어도 밤새 향기가 퍼지는데

 

井梧葉下秋無影(정오엽하추무영)

우물가 오동잎이 져서 가을 그림자가 없네.

 

丁東玉漏響西風(정동옥루향서풍)

물시계 소리만 똑똑 하늬바람에 들려오고

 

簾外霜多啼夕虫(렴외상다제석충)

발 바깥에 서리가 짙게 내려 밤벌레 소리 구슬프구나.

 

金刀剪下機中素(금도전하기중소)

베틀에 감긴 무명을 가위로 잘라낸 뒤에

 

玉關夢斷羅帷空(옥관몽단라유공)

옥문관 님의 꿈 깨니 비단 장막이 쓸쓸하네.

 

裁作衣裳寄遠客(재작의상기원객)

님의 옷 지어내어 먼 길에 부치려니

 

悄悄蘭燈明暗壁(초초난등명암벽)

등불이 쓸쓸하게 어두운 벽을 밝히네.

 

含啼寫得一封書(함제사득일봉서)

울음을 삼키며 편지 한 장을 써서

 

驛使明朝發南陌(역사명조발남맥)

날이 밝으면 남쪽 길 가는 여인에게 부치려네.

 

裁封已就步中庭(재봉이취보중정)

옷과 편지 봉해 놓고 뜨락을 거니노라니

 

耿耿銀河明曉星(경경은하명효성)

반짝이는 은하수에 새벽별이 밝구나.

 

寒衾轉輾不成寐(한금전전불설매)

찬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잠도 못 이루는데

 

落月多情窺畵屛(낙월다정규화병)

지는 달만이 다정하게 병풍 속을 엿보네.

[출처]許蘭雪軒 詩集 허경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