貧女吟빈녀음-허난설헌(許蘭雪軒)
가난한 여인의 노래
1.
豈是乏容色(기시핍용색)
얼굴 맵시야 솜씨도 모두 떨어지랴
工鍼復工織(공침복공직)
바느질 길쌈 솜씨도 모두 좋건만.
少小長寒門(소소장한문)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난 탓에
良媒不相識(양매불상식)
중매할미 모두 나를 몰라준다오.
2.
不帶寒餓色(한대한아색)
춥고 굶주려도 얼굴에 내색 않고
盡日當窓織(진일당창직)
하루 내내 창가에서 베만 짠다네.
唯有父母憐(유유부모련)
부모님만은 가엾다고 생각하시지만
四隣何會識(사린하회식)
이웃의 남들이야 나를 어찌 알랴.
3.
夜久織未休(야구직미휴)
밤늦도록 쉬지 않고 베를 짜노라니
戞戞鳴寒機(알알명한기)
베틀 소리만 삐걱삐걱 처량하게 울리네.
機中一匹練(기중일필련)
베틀에는 베가 한 필 짜여 있지만
綜作何誰衣(종작하수의)
결국 누구의 옷감 되려나
4.
手把金剪刀(수파금전도)
손에다 가위 쥐고 옷감을 마르면
夜寒十指直(야한십지직)
밤도 차가워 열 손가락 곱아오네.
爲人作嫁衣(위인작가의)
남들 위해 시집갈 옷 짓는다지만
年年還獨宿(년년환독숙)
해마다 나는 홀로 잠을 잔다오.
[출처]許蘭雪軒 詩集 허경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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