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遊仙詞유선사-허난설헌(許蘭雪軒)

노년의 인생 2025. 3. 7. 19:15

遊仙詞유선사-허난설헌(許蘭雪軒)

유선사

 

71.

唐昌館裏簇瓊花(당창관리족경화)

당창관안에 구슬 꽃이 소담히 피어

仙子來看駐鳳車(선자래간주봉거)

신선이 봉황타고 가다가 멈춰서 구경하네.

塵染蕙衣蓬島遠(진염혜의봉도원)

티끌은 난초 옷에 묻고 봉래산은 멀기만 해서

玉鞭遙指海雲涯(옥편요지해운애)

채찍으로 멀리 바다 끝을 가리키네.

 

72.

羽客朝升碧玉梯(우객조승벽옥제)

신선들이 아침에 푸른 사다리를 올라가자

桂巖晴日白鷄啼(계암청일백계제) 계수나무 바위 맑은 햇살 속에서 흰 닭이 우네.

純陽道士歸何晩(순양도사귀하만)

순양도사는 어찌 이리도 늦으시는지

定向蟾宮訪羿妻(정향섬궁방예처)

아마도 달나라에 후예의 아내를 만나러 간 듯하네.

 

73.

玉林風露泬廖廖(옥림풍로혈료료)

숲에 바람과 이슬이 고요한데

月引仙妃上石橋(월인선비상석교)

달이 선녀를 이끌고 돌다리에 오르네.

斜倚紫烟頭不擧(사의자연두불거)

비스듬히 노을에 기대어 머리도 들지 않고

赤城南畔憶文簫(적성남반억문소)

적성 남쪽 언덕의 문소를 그리네.

 

74.

沙野先生閉赤城(사야선생폐적성)

사야선생이 적성의 문을 닫으니

鳳樓凝碧悄無聲(봉루응벽초무성)

봉황루도 푸른 숲에 잠겨 쓸쓸하고 고요하네.

香悄玉洞步虛夜(향초옥동보허야)

향기 스러진 옥동의 허공을 거니노라니

露濕桂花凉月明(노습계화량월명)

이슬이 계수나무 꽃을 적시고 서늘한 달만 밝아라.

 

75.

朱幡絳節曉霞中(주번강절효하중)

붉은 깃발이 새벽노을 속에서 나부끼는데

別殿淸齋待五翁(별전청재대오옹)

별전에서 목욕재개하고 오방의 신선을 기다리네.

秋水一絃輕戞玉(추수일현경알옥)

가을물 한줄기 맑게 흐르고

碧桃花滿紫陽宮(벽도화만자양궁)

푸른 복숭아꽃이 자양궁에 가득 피었네.

 

76.

一春閑伴玉眞遊(일춘한반옥진유)

봄 한철 한가로이 옥진과 놀았는데

倏忽星霜己報秋(숙홀성상기보추)

어느새 세월이 흘러 벌써 가을이라네.

武帝不來花落盡(무제불래화락진)

무제는 오지 않고 꽃도 져버려

滿天烟露月當樓(만천연로월당루)

하늘에는 노을이 깔리고 달이 다락에 다가오네.

 

77.

彤閣銀橋駕太虛(동각은교가태허)

붉은 누각에 은빛 구름다리가 하늘에 걸렸는데

劍光閑射九眞墟(검광한사구진허)

밝은 달빛이 구진산을 한가롭게 비추네.

金牌挂向雙麟角(금패괘향쌍린각)

금패를 쌍기린 뿔에 걸고 가노라니

碧月寒侵玉札書(벽월한침옥찰서)

푸른 달빛이 싸늘하게 편지에 스며드네.

 

78.

絳燭熒煌下九天(강촉형황하구천)

붉은 촛불이 휘황하게 하늘에서 지고

日升螭陛玉爐烟(일승리폐옥로연)

용트림한 섬돌의 옥화로 위로 해가 솟아오르네.

無央鸞鳳隨金母(무앙난봉수금모)

무앙궁의 난새와 봉황이 서왕모를 따라와서

賀東皇一萬年來(래하동황일만년)

동황님 만년을 누리시라고 하례 올리네.

 

79.

鰲峀雲低日欲斜(오수운저일욕사)

오수산에 구름 나직하고 해는 기우는데

水宮簾箔捲秋波(수궁염박권추파)

수궁의 가을 물결이 주렴처럼 걷히네.

楓香月鶴經年夢(풍향월학경년몽)

단풍향기에 달빛과 학과 일년 지내는 꿈을 꾸는데

腸斷閶門咢綠華(장단창문악록화)

대궐문 앞의 악록화는 애를 탄다네.

 

80.

文昌公子欲朝天(문창공자욕조천)

문창공자가 하늘에 조회 오려고 하자

笑泥嬌妃索玉鞭(소니교비색옥편)

서왕모가 웃으며 채찍을 달라고 하시네.

庭下彩鸞三十六(정하채난삼십육)

뜰아래 오색 난새 서른여섯 마리가

翠衣相對碧池蓮(취의상대벽지연)

푸른 날개를 벽지의 연꽃과 마주하였네.

[출처]許蘭雪軒 詩集 허경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