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遊仙詞유선사-허난설헌(許蘭雪軒)

노년의 인생 2025. 3. 7. 18:24

遊仙詞유선사-허난설헌(許蘭雪軒)

유선사

 

61.

綠章朝奏十重城(녹장조주십중성)

푸른 종이에 쓴 글을 옥황님께 아뢰고

飮鹿嵩溪訪叔卿(음록숭계방숙경)

사슴에게 숭산의 물을 먹이려 숙경을 찾았네.

宴罷紫微人上鶴(연파자미인상학)

자미궁에서 잔치 끝나 학을 타고 오르니

九天環佩月中聲(구천환패월중성)

하늘의 노리개 소리가 달빛 속에 낭랑하네.

 

62.

露盤花水浸三星(노반화수침삼성)

이슬 받는 소반 물속에 별 그림자 잠겼고

斜漢初低白玉屛(사한초저백옥병)

기울어진 은하수가 백옥 병풍에 나직해지네.

孤鶴未廻人不寐(고학미회인불매)

학이 돌아오지 않아 신선도 자지 못하고

一條銀浪落珠庭(일조낭락주은정)

한 가닥 하얀 물방울만 뜨락에 떨어지네.

 

63.

蓬萊歸路海千重(봉래귀로해천중)

봉래산 가는 길은 바다가 천 겹이어서

五百年中一度逢(오백년중일도봉)

오백년 만에 한번 건널 수가 있네.

花下爲沽瓊液酒(화하위고경액주)

꽃 아래서 경액주를 마시고 싶으니

莫敎靑竹化蒼龍(막교청죽화창룡)

푸른 대를 용으로 변치 않게 하소서.

 

64.

身騎靑鹿入蓬山(신기청록입봉산)

푸른 사슴을 타고 봉래산으로 들어가니

花下仙人各破顔(화하선인각파안)

꽃 아래서 신선들이 얼굴을 펴고 웃네.

爭說衆中看易辨(쟁설중중간이변)

다투어 말하길, 그대는 우리가운데서 가려내기 쉽다네.

七星符在頂毛間(칠성부재정모간)

북두칠성 표지가 이마에 있다네.

 

65.

簷鈴無語閉珠宮(첨령무어폐주궁)

추녀 끝의 풍경도 고요하고 대궐문은 닫혔는데

紫閣凉生玉簟風(자각량생옥점풍)

돗자리에 바람이니 다락이 서늘하네.

孤鶴夜驚滄海月(고학야경창해월)

한밤중 외로운 학은 바다에 뜬 달보고 놀라는데

洞簫聲在綠雲中(동소성재녹운중)

퉁소소리가 푸른 구름 속에 울려 퍼지네.

 

66.

后土夫人住玉都(후토부인주옥도)

후토부인이 백옥경궁궐에 살아

日中笙笛宴麻姑(일중생적연마고)

한낮에 피리 불며 마고에게 잔치를 베푸네.

韋郞年少心慵甚(위랑년소심용심)

위랑은 젊은데도 유난히 게을러서

不寫輕綃五岳圖(불사경초오악도)

얇은 비단에다 오악모습을 그리다말았네.

 

67.

閑隨弄玉步天街(한수농옥보천가)

한가롭게 농옥을 따라 하늘 길을 걷는데

脚下香塵不染鞋(각하향록불염혜)

발아래 향기로운 티끌이 신에 묻지 않네.

前導白麟三十八(전도백린삼십팔)

앞에서 길잡이 하는 서른여덟 마리 흰 기린들이

角端都掛小金牌(각단도괘소금패)

뿔끝에 모두들 조그만 금패를 달았네.

 

68.

紫陽宮女捧丹砂(자양궁녀봉단사)

자양궁 궁녀가 단사를 받들고

王母令過漢帝家(왕모영과한제가)

서왕모의 명으로 무제의 집에 찾아갔네.

窓下偊逢方朔笑(창하우봉방삭소)

창밑에서 우연히 동방삭을 만나 웃었는데

別來琪樹六開花(별래기수육개화)

헤어진 뒤에 복숭아꽃이 여섯 번이나 피었다네.

 

69.

獨夜瑤池憶上仙(독야요지억상선)

한밤중 홀로 요지의 옥황님을 그리워하는데

月明三十六峰前(월명삼십육봉전)

서른여섯 봉우리 위에 달만 밝아라.

鸞笙響絶碧空靜(난생향절벽공정)

난새의 피리소리도 끊어지고 푸른 하늘 고요한데

人在玉淸眠不眠(인재옥청면불면)

임은 옥천궁에 있어 잠 못 이루네.

 

70.

東皇種杏一千年(동황종행일천년)

동황께서 심은 살구나무가 천년 자랐는데

枝上三英蔽碧烟(지상삼영폐벽연)

가지 위의 꽃봉오리 셋이 푸른 아지랑이에 가렸네.

時控彩鸞過舊苑(시공채난과구원)

이따금 난새를 끌고 옛 동산에 찾아가

摘花持獻玉皇前(적화지헌옥황전)

꽃을 꺾어 가지고 옥황상제께 바치네.

[출처]許蘭雪軒 詩集 허경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