竹枝詞죽지사-허난설헌(許蘭雪軒)
죽지사
1.
空舲灘口雨初晴(공령탄구우초청)
공령 여울 어구에 비가 막 개고
巫峽蒼蒼烟靄平(무협창창연애평)
무협에 어스름 안개가 깔렸네.
長恨郞心似潮水(장한낭심사조수)
늘 한스럽긴 님의 마음도 저 밀물처럼
早時纔退暮時生(조시재퇴모시생)
아침엔 나가더라도 저녁엔 돌아왔으면.
2.
瀼東瀼西春水長(양동양서춘수장)
양동과 양서의 봄 물결이 출렁이는데
郞舟去歲向瞿塘(낭주거세향구당)
님 실은 배는 지난해 구당으로 떠났어요.
巴江峽裏猿啼苦(파강협리원제고)
파강 골짜기엔 잔나비 울음만 구슬퍼
不到三聲已斷腸(부도삼성이단장)
세 마디도 채 못 듣고 간장이 끊어져요.
3.
家住江陵積石磯(가주강릉적석기)
우리집은 강릉땅 강가에 있어
門前流水浣羅衣(문전유수완라의)
문 앞 흐르는 물에서 비단옷을 빨았지요.
朝來閑繫木蘭棹(조래한계목란도)
아침에 목란배를 한가히 매어 두고는
貪看鴛鴦相伴飛(탐간원앙상반비)
짝 지어 나는 원앙새를 부럽게 보았어요.
4.
永安宮外是層灘(영안궁외시층탄)
영안궁 밖에 험한 여울이 층층이 굽이쳐
灘上舟行多少難(탄상주행다소난)
물결 위에 조각배를 노 젓기 어려워요.
潮信有期應自至(조신유기응자지)
밀물도 기약이 있어 절로 오건만
郎舟一去幾時還(낭주일거기시환)
님 실은 배는 한 번 떠난 뒤 언제나 오려나.
[출처]許蘭雪軒 詩集 허경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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