宮詞궁사-허난설헌(許蘭雪軒)
궁녀의 노래
1.
千牛閣下放朝初(천우각하방조초)
천우각 대궐 아래 아침해가 비치면
擁箒宮人掃玉除(옹추궁인소옥제)
궁녀들이 비를 들고 층계를 쓰네.
日午殿頭宣詔語(일오전두선조어)
한낮에 대전에서 조서를 내리신다고
隔簾催喚女尙書(격렴최환여상서)
발 너머로 글 쓰는 여관을 부르네.
2.
龍輿初幸建章臺(용여초행건장대)
임금의 행차가 건장대로 납시자
六部笙歌出院來(육부생가출원래)
육부의 풍악소리가 장악원에서 흘러나오네.
試向曲欄催羯鼓(시향곡란최갈고)
굽은 난간 향해서 북을 치게 하자
殿頭宮女奏花開(전두궁녀주화개)
궁녀들이 대궐에 꽃 피었다고 아뢰네.
3.
紅羅褓裹建溪茶(홍라보과건계차)
다홍 보자기에다 건계산 차를 싸서
侍女封緘結出花(시녀봉함결출화)
시녀가 봉함하여 꽃으로 맺음하네.
斜押紫泥書勅字(사압자니서래자)
內官分送大臣家(내관분송대신가)
4.
鸚鵡新調羽未齊(앵무신조우미제)
새로 기르는 앵무새가 아직도 길들지 않아
金籠鎖向玉樓栖(금롱쇄향옥루서)
새장을 잠근 채 옥루에서 깃들게 했네.
閑回翠首依簾立(한회취수의염립)
이따금 파란 고개를 돌려 주렴 안쪽을 향해서
却對君王說隴西(각대군왕설농서)
농서지방 사투리로 임금께 우짓네.
5.
儺罷宮庭彩炬明(나파궁정채거명)
나례굿 마치자 뜨락에 횃불만 환한데
景陽樓外曉鍾聲(경양루외효종성)
경양루 밖에서 새벽 종소리 들려오네.
君王受賀朝元殿(군왕수하조원전)
임금께서 조원전에서 하례를 받으시니
日照彤闈拜九卿(일조동위배구경)
햇살이 붉은 문에 비치자 대신들이 절하네.
6.
黃昏金鎖鎖千門(황금금쇄쇄천문)
날 저문 뒤 자물쇠로 대궐문 잠그면
一面紅粧侍至尊(일면홍장시지존)
얼굴 단장하고 임금님을 모시네.
阿監殿前持密詔(아감전전지밀조)
아감님이 침전 앞에서 비밀쪽지 가리키며
問頻知是最承恩(문빈지시최승은)
임금님 은총을 얼마나 받았느냐고 자꾸만 물어보네.
7.
金爐獸炭欲回春(금로수탄욕회춘)
화로의 골탄불이 봄이 온 듯 따뜻하건만
八字眉山澁未匀(팔자미산삽미균)
팔자 눈썹 맘에 안 들고 분도 고르게 안받네.
共怪滿身珠翠暖(공괴만신주취난)
몸을 꾸민 구슬과 비취가 이상하게도 따뜻하니
六宮新賜辟寒珍(육궁신사벽한진)
육궁에다 추위 막는 보배를 내리셨구나.
8.
淸齋秋殿夜初長(청재추전야초장)
할 일 없는 가을의 대궐은 초저녁이 길기도 한데
不放宮人近御床(불방궁인근어상)
궁인이 다가와서 임금님을 모시지 못하게 하네.
時把翦刀裁越錦(시파전도재월금)
이따금 가위 잡고 월 땅의 비단을 잘라
燭前閑繡紫鴛鴦(촉전한수자원앙)
촛불 앞에서 한가롭게 원앙새를 수놓네.
9.
長信宮門待曉開(장신궁문대효개)
새벽부터 장신궁 문 열리길 기다렸건만
內官金鎖鎖門回(내관금쇄쇄문회)
내관은 금쇄문 잠그고 그저 돌아가네.
當時曾笑他人到(당시증소타인도)
예전엔 남들이 입궁한다 비웃었건만
豈識今朝自入來(기식금조자입래)
오늘 아침 내가 들 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10
披香殿裏會宮粧(피향전리회궁장)
피향전 안에 단장한 궁녀를 만나보니
新得承恩別作行(신득승은별작항)
은총을 새로 받아 자리가 높아졌네.
當座綉琴彈一曲(당좌수금탄일곡)
임금 모시고 거문고 한가락 타고 났더니
內家令賜綵羅裳(내가령사채라상)
나인을 부르셔서 오색 치맛감을 내리셨다
[출처]許蘭雪軒 詩集 허경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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