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遊仙詞유선사-허난설헌(許蘭雪軒)

노년의 인생 2025. 3. 7. 12:25

遊仙詞유선사-허난설헌(許蘭雪軒)

유선사

 

11.

靑苑紅堂鎖泬㵳(청원홍당쇄혈료)

푸른 동산 붉은 집들이 맑은 하늘에 잠겼는데

鶴眠丹竈夜迢迢(학면단조야초초)

학은 단약을 굽는 부엌에서 졸고 밤은 아득하네.

仙翁曉起喚明月(선옹효기환명월)

늙은 신선이 새벽에 일어나 밝은 달을 부르자

微隔海霞聞洞簫(미격해하문동소)

바다노을 자욱한 건너편에서 퉁소소리 들리네.

 

12.

香寒月冷夜沈沈(향한월냉야침침)

날씨 싸늘하고 달빛도 차가운데 밤은 캄캄해져

笑別嬌妃脫玉簪(소별교비탈옥잠)

웃으며 교비에게 하직하니 옥비녀를 뽑아 주시네.

更把金鞭指歸路(갱파금편지귀로)

다시금 금채찍 잡아 돌아갈 길을 가리키자

碧城西畔五雲深(벽성서반오운심)

벽성 서쪽 언덕에 오색구름 자욱하네.

 

13.

新詔東妃嫁述郞(신조동비가술랑)

동비에게 새로 분부하사 술랑에게 시집가라시니

紫鸞烟盖向扶桑(자난연개향부상)

붉은 난새와 해를 가린 수레가 부상으로 향하네.

花前一別三千歲(화전일별삼천세)

벽도화 앞에서 한 번 헤어진 지 삼천년이나 되니

却恨仙家日月長(각한선가일월장)

신선세상의 해와 달 긴 것이 도리어 한스러워라.

 

14.

閑携姉妹禮玄都(한휴자매예현도)

한가롭게 자매를 데리고 현도관에 예를 올리니

三洞眞人各見呼(삼동진인각견호)

삼신산 신선들이 저마다 보자고 부르시네.

敎著赤龍花下立(교저적용화하립)

붉은 용을 타고 벽도화 밑에 세운 뒤

紫皇宮裏看投壺(자황궁리간투호)

자황궁 안에서 투호 놀이를 구경하였네.

 

15.

星影沈溪月露沾(성영침계월로첨)

별 그림자는 시냇가에 잠기고 달빛이 이슬에 젖었는데

手挼裙帶立瓊簷(수뇌군대입경첨)

손으로 치마끈 어루만지며 구슬 처마에 서 있네.

丹陵羽客辭歸去(단능우객사귀거)

단릉의 신선님 하직하고 돌아오려 하자

自下珊瑚一桁簾(자하산호일항렴)

산호 한 꾸러미를 내려 주셨네.

 

16.

瑞露微微濕玉虛(서로미미습옥허)

상서로운 이슬이 부슬부슬 내려 허공을 적시는데

碧牋偸寫紫皇書(벽전투사자황서)

푸른 종이에 자황의 글을 몰래 베끼네.

靑童睡起捲珠箔(청동수기권주박)

동자가 잠에서 깨어나 주렴을 걷자

星月滿壇花影踈(성월만단화영소)

별과 달이 단에 가득해 꽃그림자 성글어라.

 

17.

西漢夫人恨獨居(서한부인한독거)

서한부인이 혼자 사는 것을 한스럽게 여겨

紫皇令嫁許尙書(자황령가허상서)

상제께서 명령하여 허상서에게 시집보냈네.

雲衫玉帶歸朝晩(운삼옥대귀조만)

오색 적삼에 옥띠 두르고 아침 늦게 돌아오더니

笑駕靑龍上碧虛(소가청용상벽허)

웃으며 청룡을 타고 푸른 하늘로 올라가네.

 

18.

閑住瑤池吸彩霞(한주요지흡채하)

한가롭게 요지에 살며 노을을 마시는데

瑞風吹折碧桃花(서풍취절벽도화)

바람이 불어와 벽도화 가지를 꺾네.

東皇長女時相訪(동황장녀시상방)

동황의 맏따님을 이따금 찾아뵙느라

盡日簾前卓鳳車(진일렴전탁봉거)

주렴 앞에다 하루종일 봉황 수레를 세워두네.

 

19.

滿酌瓊醪綠玉巵(만작경료록옥치)

비취 옥잔에 술을 가득 따라

月明花下勸東妃(월명화하권동비)

달 밝은 꽃 아래서 동황비에게 권하네.

丹陵公主休相妬(단릉공주휴상투)

단릉 공주님이여 질투하지 마오

一萬年來會面稀(일만년래회면희)

일만년이 지나도 서로 만나기 드무니.

 

20.

愁來自著翠霓裙(수래자서취예군)

시름겨워 푸른 무지개 치마를 입고

步上天壇掃白雲(보상천단소백운)

천단에 걸어 오르며 흰 구름을 쓸었네.

琪樹露華衣半濕(기수로화의반습)

구슬나무 맺힌 이슬에 옷이 반쯤 젖은 채

月中閑拜玉眞君(월중한배옥진군)

달속의 옥진군에게 한가롭게 절을 올리네.

[출처]許蘭雪軒 詩集 허경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