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北椧寺 看牧丹북명사 간목단-金時習(김시습)

노년의 인생 2025. 3. 12. 22:05

北椧寺 看牧丹북명사 간목단-金時習(김시습)

북명사의 모란꽃

 

山人端合臥青山(산인단합와청산)

산사람은 청산에 눕는 게 맞아

風雨蕭蕭獨掩關(풍우소소독엄관)

비바람 칠 때 홀로 사립문 닫네

爲有機心猶尚在(위유기심유상재)

세상 기심 아직껏 남아 있으니

看花終日倚欄干(간화종일의란간)

난간에 기대 종일 꽃을 본다네

 

石崇金谷沒荊榛(석숭금곡목형진)

석숭의 금곡에는 가시나무 무성하고

元載胡椒已作塵(원재호초이작진)

원재의 후추 진작 티끌이 되었건만

千載汝能誇富貴(천재여능과부귀)

그대는 천년 동안 부귀를 자랑하니

天香錦萼自精神(천향금악자정신)

하늘 향 비단 꽃받침이 그 정신일세

 

百花搖落涴青泥(핵화요락완청니)

온갖 꽃잎 흩날려 져 진흙에 뒤섞이고

春盡江山草樹萋(춘진강산초수처)

봄 다한 강산에는 초목이 우거진데

小欄嫣然嬌未足(소감언연교미족)

작은 난간 아래서 요염하게 웃음 지어

免教群卉刺頭題(면교군훼자두제)

뭇꽃들 시 짓느라 골 아프지 않게 하네

 

國色天香世共知(국색천향세공지)

국색에 천향임은 세상 다 알지마는

檀心不語爲誰悲(단심불어위수비)

붉은 꽃술 침묵함은 눌 위한 슬픔인가

生憎過客風流少(생증과객풍루소)

지나는 나그네들 풍류라곤 없는지라

輕喚花王作小姬(경환화왕작소희)

화와을 마구 불러 소실을 삼는구나

 

二十四番花信風(이십사번화신풍)

차례로 꽃 부르는 스물네 번 부는 바람

飄飄輕掠小軒東(표표경략소헌동)

산들산들 가볍게 소헌 동쪽 스쳐 가네

顚狂恐擺挑將去(전광공파조장거)

미치면 꽃송이들 털어 갈까 저어되어

輕脫春衫護一叢(경탈춘삼호일총)

봄 적삼 훌훌 벗어 한 무더기 감쌌다오

[출처]김시습시선(이승수, 2016)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