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西池賞荷서지상하 其一-丁若鏞(정약용)

노년의 인생 2025. 3. 13. 15:56

西池賞荷서지상하 其一-丁若鏞(정약용)

서쪽 못에서 연꽃을 보다 제1수

 

1.

群賢分席坐芳池(군현분석좌방지)

어진 선비들 자리 나누어 연못가에 앉고보니,

綠暗紅酣笑語遲(녹암홍감소어지)

푸른 잎 붉은 꽃 보며 담소가 무르익네.

誰障吾游眞絶境(수장오유진절경)

이 절경 속에서 노는 우리들을 뉘라서 방해하랴.

不須人譽自殊姿(불수인예자수자)

사람들이 추켜세우지 않아도 우리 스스로 뛰어난 사람들인데.

蜂掁玉淚收啼臉(봉쟁옥루수제검)

벌은 연잎에 맺힌 구슬 눈물에 날개 짓 하여 눈물 흔적을 거두게 하고

鳥拂緗房勸畫眉(조불상방권화미)

새는 연꽃의 노란 꽃술을 털며 자꾸 눈썹을 그리라 하네.

欲識夭夭含意處(욕식요요함의처)

그 곱고 아름다운 뜻 머금은 곳을 알고 싶거든

請看菡萏未開時(청간함담미개시)

아직 피기 전의 연꽃 봉오리를 보시게나.

 

2.

垂柳光風轉碧池(수류광풍전벽지)

늘어진 수양버들 사이로 따스한 바람이 못가에 불어오는데

芙蓉顔色使人遲(부용안색사인지)

부용의 고운 자태가 발길을 머무르게 하는구나.

藐姑氷雪超超想(묘고빙설초초상)

묘고산 신인(神人) 같이 눈처럼 흰 자태는 멀리 세속을 벗어났고

越女裙衫澹澹姿(월녀군삼담담자)

월(越)나라 미인이 치마를 입은 듯 담담한 자태.

一榼兼宜彎象鼻(일합겸의만상비)

연입에 술을 담으면 코끼리 코 모양 줄기로 빨아 마시는 잔까지 겸하니

百花那得妬蛾眉(백화나득투아미)

뭇 꽃들이 어찌 이 연꽃의 아름다움을 샘낼 수 있으랴!

天心留此娉婷物(천심류차빙정물)

하늘이 이 아름다운 물건을 이 세상에 머물게 하여,

靜俟塵脾苦熱時(정사진비고열시)

여름 열기에 지친 사람들을 조용히 기다려 달래주게 한 게지.

[출처]한국한시316 (국제서예협회2014) 편역

           김병기 감수